ESSAY WRITINGS

인생의 절반이 노는 날 :: 에버랜드, 비행기 회항, 손주은, 항공사 조종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권렴 2023. 5. 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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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에 일어나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다가 거실에 붉은 불빛이 들어와서 창 밖을 봤더니 여의도 빌딩에 정확하게 반사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별 의미는 없고, 고양이가 맨날 6시에 밥 달라고 깨워서 밥 챙겨주다가 잠도 깰 겸 찍은 사진이다. 요즘은 더 넓은 곳으로 이사갈 생각 밖에 없다.

이사갈 곳을 알아봤더니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공인중개사 개업에 필요한 비용보다 훨씬 더 비쌀 것 같아서 차라리 개업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경매로 아파트를 구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적절한 순간에 원하는 매물이 나온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시간 소모가 많을 것 같다.

요컨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잠깐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중개수수료보다 많을 것 같지는 않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물론 돈도 없다.

돈이 없으니까 놀러다닐 수가 없고, 놀러다니지 않으니까 시간은 남고, 시간이 남으니까 그 시간에 공부를 한다는 논리적인 결론이 나온다.

지금 당장 사먹고 싶지만 사먹지 않고 참은 핫도그 하나는 10년 뒤에 캐비어를 곁들인 오르되브르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ㆍ인생의 절반이 노는 날

 

 

얼마 전, 뜻하지 않게 인천국제공항으로 회항해서 새벽 2시까지 야근하다가 돌아온 적이 있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고 있었는데, 이 택시 기사는 비행기가 회항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인천국제공항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승무원에게 정보를 얻은 것 같았는데, 그 정보력도 대단하지만 실행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택시 기사는 그렇게 단 한 번의 운행으로 다른 택시 기사들이 하루 종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벌어갔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집에서 잠을 자고 있을 시간에 잠깐 나와서 일을 한 것 뿐인데도 말이다.

 

미국 비행학교에서는 마치 노량진과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 비슷했다. 공부를 하는 사람보다 노는 사람이 더 많이 보였다는 말이다. 나만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금요일은 불금이니까 놀고, 토요일은 주말이니까 한 잔 하고, 일요일은 숙취로 인해 힘들어서 또 논다. 공휴일은 당연히 노는 날이니까 함께 여행을 간다.

아무리 방탕하게 살아도 외국에 있으니까 한국에서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아무도 모를 것 같고,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1년은 365일이며 52주이다. 그 중에 토요일과 일요일은 104일이며, 공휴일까지 합치면 총 123일이 된다.

1년 중에 쉬는 날이 별로 없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숫자로 따져보면 1년에 3분의 1 정도는 쉬는 날이라는 말이다.

만약, 그 123일을 전부 노는 것에 쓴다면, 매일 공부하고 노력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만큼 뒤처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몸이 아프다거나 공부하기 싫다는 이유로 또 놀게 되면 1년에 절반 정도를 놀게 된다. 그러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그런데 정작 학벌이 가장 좋은 사람들이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하고, 오히려 학벌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공부를 덜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시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빠르게 낭비할 수 있는 방법들이 너무 많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게임, 넷플릭스, 블라인드 앱 따위로 그 소중한 시간들을 전부 다 날려버리고 남은 찌꺼기만 자신의 인생을 위해 투자한다.

그런 채로 계속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보다 3배가 아니라 10배 이상 뒤처지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그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한 달에 몇십억 원을 버는 연예인이나 재벌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더 잘 살도록 돕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기간 동안 모든 휴일에 놀게 되면, 매일 열심히 공부하던 친구들보다 총 4년을 덜 공부하게 된다.

그나마 공부하던 날조차도 도서관에 가방만 올려두고 겨우 4시간 깔짝거리며 공부하는 척 하다가 집에 가서는 열심히 공부했다며 부모님에게 투정을 부린다.

아침 6시에 도서관에 가서 밤 11시까지 공부하면 하루에 17시간을 공부할 수 있다. 쉬엄쉬엄 놀면서 해도 위의 사람보다 3배 이상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

보통 공부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17시간 정도는 기본적으로 하기 때문에 17시간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 좋다.

그러면, 공휴일에 전부 다 놀아서 3배 뒤처지고, 평일에도 매일 3배 적게 공부했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점에는 거의 11년이 뒤처지게 된다.

이렇게 계속 30살, 40살까지 변함 없이 산다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뒤처지게 될까?

 

서울대학교에 가지 못해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전세와 월세를 옮겨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보다 노력을 덜 했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사는 것이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에 17시간 공부한 사람과, 하루에 겨우 6시간 공부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나은 삶을 살까?

서울대학교가 문제가 아니다. 과정이 문제였지 결과가 문제가 아니다. 학벌로 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비행기 한 대의 가격이 1,500억 원이다. 이 비행기를 조종하기 위한 조종사를 채용하려고 하는데, 본인이라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

많은 대기업에서 학벌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했지만, 그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이사도 공부는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는데, 결론은 유전자가 아무리 좋아도 노력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었다.

어떤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는 이유는 그것을 얻기 위해 투자했던 물리적인 시간의 양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애초에 재능이나 유전자는 논할 거리도 아니다.

멜론 머스크처럼 로켓을 만들어서 화성으로 가라는 것도 아니고, 보편적인 사람들이 치르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냥 공부를 안 한 것이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는 삶을 사는 이유는 학창시절에 그 사람들보다 노력을 덜 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인정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한국에서는 경쟁이 너무 심해 미국이나 외국으로 나간다고 하는데, 외국은 경쟁이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노력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할 때보다 가진 것을 잃었을 때에 더욱 불행함을 느끼고, 결국 그것을 가졌던 때가 행복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가족, 건강, 신뢰, 기회, 시간 따위의 모든 것들은 그것이 있었을 때에는 소중한 줄 모르다가, 그것을 잃은 뒤에야 뒤늦게 알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고, 겨울이 다 되어야 솔이 푸른 줄 안다. 잃은 뒤에 후회해봐야 소용 없다는 말이다.

 

ㆍ법무사 시험준비 현황

 

 

2023년 5월 8일부터 시험접수를 시작한다. 8월 2일에 시험장소가 공고되며, 9월 2일에 시험을 치르니 미리 휴가를 신청해놔야 하겠다.

시험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아 합격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데, 시험 출제 경향을 파악함에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 번 박살이 나봐야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 수도 있고, 경각심이 들어 공부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일단 1차 시험만 합격을 하는 것으로 정했는데,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부를 했던 것들이 상당히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공부 방법도 너무 지엽적으로 깊게 파고 들면 오히려 합격률이 낮아지니, 일단은 기본 개념만 확실히 잡아두는 것으로 목표를 잡기로 했다.

일단 이 공부는 절대 포기하지 말고 무조건 끝을 내야 한다. 현재의 직업으로선 미래가 없고, 더 이상 나아질 것도 없는 상황이다.

당장 밥은 굶지 않는다고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나 보다간 인생이 정말로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

 

축구의 규칙을 모른 채로 경기를 하는 것과, 규칙을 알고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법률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전세 사기로 인해 사회가 굉장히 시끄러운데,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률에 대해 몰라도 너무 심각하게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로 들어갈 집에 선순위 저당권이 있는데 공인중개사는 그래도 안전하다고 말했고, 세입자는 그 말을 듣고도 그대로 믿었다고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이든 임의경매든 일단 일이 터지면 수습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일이 터지기 전에 방지하면 그럴 필요도 없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들 중에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나는 물론 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ㆍ항공사 조종사 업무현황

 

 

신기하게도 IATA에서 2025년 정도에 항공수요가 완전히 회복이 될 것이라 예측했는데, 그 예측대로 정확하게 흘러가고 있다.

다음 달을 시작으로 비행 스케쥴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월 비행시간이 훨씬 더 많이 나와서 과로사까지 걱정될 지경이다.

지금 전 세계 모든 항공사에서 조종사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일부 항공사는 숙련된 조종사들의 대거 이탈로 격려금까지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사 조종사의 연봉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조만간 큰 사고 하나 정도는 터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평일에는 포르쉐를 타며 출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개인용 요트를 타며 여가를 보내는 환상적인 항공사 조종사의 삶은 인스타그램에만 존재한다.

인스타그램의 그것은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이고, 대부분의 현실은 포장마차다. 누군가는 항공사 조종사의 삶은 포장마차와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다 퇴근하는 저녁에 포장마차를 시작해서 밤을 새며 일을 하다가 해가 뜨면 장사를 마감하고 집에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뒤, 현관에 놓여진 비행용 가방들을 보니 문득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레이오버 비행을 다닐 때에 한국에서 도시락을 싸거나 햇반같은 것들을 챙겨가기로 했다.

동남아를 비롯한 모든 국가들의 물가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더 이상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엔 부담이 많이 가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치킨 한 마리를 먹으려면 고민을 조금 해야 하는데, 한국에 비해 물가가 똑같거나 더 비싸진 동남아도 이제 다를 바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 받는 월급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줄여서 앞으로 더 악화될 상황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학창시절에 열심히 노력했던 사람들의 수준을 따라가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학창시절에 즐겁게 보냈던 휴일의 공백 몇 번에 불과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렇게나 격차가 벌어질 줄은 누가 알았을까.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양질의 좋은 일자리는 가장 노력을 많이 했던 사람들부터 순서대로 가져간다. 이 사실은 옛날부터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이 절망적이라거나 불행하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 공부하는 것들이 향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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