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돈 아끼다가 망한 법무사 시험 후기다.

지금까지는 본업으로 인해서 공부를 했다가 말았다가, 인터넷 강의만 대충 들으면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간절한 마음도 없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나 앞으로의 전망을 보았을 때,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나락으로 갈 것 같아서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나락으로 갈 상황이라면 배수의 진을 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ALPA-K 공제회에서 탈퇴하고 차라리 그 돈을 내 미래에 투자하기로 했다.

 

일단 나는 직장 병행이라 전업 수험생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법무사 제1차 시험은 작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순 공부시간으로 1,500시간 정도를 공부했다. 완전히 마음에 드는 결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작년에는 시간이 부족해 민법만 합격권에 들어 보겠다고 공부를 하긴 했는데, 육아, 집안일, 가족 행사와 본업에 집중하느라 사실상 공부는 하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법무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떠벌리긴 했지만, 주변 수험생들을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제대로 공부를 한 적은 없는 패션 수험생이었다.

그나마 게임과 유튜브를 완전히 끊었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였다는 것은 그나마 나아진 점이다.

 

그래서 다시 요약하자면, 이번 시험에 대한 후기는 간단하다.

돈 아끼다가 망했다.

 

ㆍ돈 아끼다가 망한 사유

 

집에서 공부를 해보겠다고 높이가 맞지도 않는 식탁 의자를 사용하다가 근육통이 심하게 와서 두 달 가까이 개고생을 하다가 시험 직전에서야 겨우 완화가 되었다.

의자 하나도 못 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돈 아끼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몸까지 망가져버린 안타까운 사건이다. 그러니까 가난이 몸에 배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

당연히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이 공부하기 좋은 것은 안다. 그런데 비용 측면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지금 환경을 개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빠른 시일 내에 방 청소를 완전히 하고, 이제 7년이나 지난 수험서는 모두 버리고 새 책을 구매하는 등, 전반적으로 주변 환경부터 개선시켜야 하겠다.

이미 7년이 지난 기본서도 문제이지만, 각 과목별로 객관식 문제집 자체가 없어서 그 내용은 공부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이 정도 점수라도 나온 것이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가난하면 공부라도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져야 노년에 손주들 용돈이라도 줄 수 있게 된다.

가진 것도 없으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노년이 되면 탑골공원 무료급식소에 기웃거리면서 죽음만을 기다리게 될 뿐이다.

 

이번에는 공부했던 수험서의 문제다.

코로나19 시기에 강의만 1회 겨우 들으면서 대충 공부했었던 책이 아까워서 6년 전에 공부했던 책으로 준비를 했더니 최근 판례와 주요 쟁점들을 대부분 놓치게 되었다.

오래된 책이어도 최신화만 잘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흙수저 아니랄까봐 결국 또 돈을 아끼려고 쉬운 선택을 하다가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중간 지점에서 문제점을 느끼긴 했다. 공부를 어느 정도는 했다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 공부할 것이 없어서 무료로 공개된 강의를 찾아 듣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물론 수험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합격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게까지 오래된 책으로 공부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릴 때부터 반복해온 이 안타까운 사고방식이 아직까지도 잘 바뀌지 않는다. 원래 대가리가 깨지기 전까지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 법이다.

 

마지막으로는 스마트폰의 문제다.

내가 전업 수험생이고, 미혼이었다면, 군대에서 공부를 할 때처럼 스마트폰을 없애버렸을 것인데, 지금은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다.

올해 법학적성시험 만점자도 같은 말을 했고, 추가적으로 단순당, 정제 탄수화물도 금지하라고 한다. 늘 해결 방법은 단순하지만 어렵다.

잘 살고 싶으면 그 일을 잘 하는 사람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 일을 잘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기만의 방법을 고집하다가 망하는 것이 보통이다.

업무상 카카오톡 때문에 스마트폰을 안 쓸 수가 없는 상황인데, 막상 생각해보면 그렇게 급한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니, 스마트폰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어쨌거나 뱀한테 물렸으면 왜 물렸는지 이유를 따지기보다 물린 상처부터 치료하는 것이 먼저다.

이런 상황임에도 중요도가 가장 낮은 과목 1개를 제외하면 나머지 7과목은 합격선에 근접했고, 주요 과목도 어느 정도 기대를 해도 좋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돈을 아낄 생각으로 6년이나 된 책으로 공부하기보다 최근 출간된 책으로 스터디카페에서 제대로 공부했다면, 어쩌면 올해에 합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료 특강에서 들었던 최신 판례나 주요 쟁점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다 맞췄는데, 역시 6년간 있었던 공백을 메꾸기에는 부족했다.

어쨌거나 이 시험은 수험생들을 떨어트리기 위한 시험이다. 큰 줄기도 중요하지만 이미 출제되었던 내용을 다시 출제하지는 않으니 과거 기출문제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최대 3년이고, 제2차 시험도 그렇게 만만하게 볼 시험이 아니다. 내년에도 제1차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진지하게 포기할 생각을 해봐야 한다.

3년 뒤에는 지금 타고 있는 비행기도 폐기 절차에 들어가서 다른 기종으로 옮겨 가게 되고, 그러면 여유 시간도 많이 줄어들어서 공부할 시간은 더욱 더 줄어들게 된다.

 

비행을 하다가 스트레스로 몸이 아파본 적은 있지만, 순수하게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이 아파본 적은 난생 처음이다.

하긴 살면서 공부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미친 난이도의 시험은 살면서 처음 준비해본다.

코로나19 시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본업인 비행을 하면 할수록 이 자격증을 최대한 빨리 취득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나름대로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많이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ㆍ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올해 연봉도 동결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게다가 출신으로 차별을 할 것이고,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도 한다. 비행과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미 전쟁터다.

매달 적지 않은 월급이 들어오니 심리적으로 느슨해지는 문제도 있고, 최근 어떤 조종사들이 해고되거나 사망한 사건을 보니 나 또한 심리적으로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고로 인해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경우에 지급되는 보상금도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건강 문제나 비행기량 문제나 어떠한 사유로든 해고가 된다면, 최소한 한국 내에서는 재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마찬가지라 보상금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도 블라인드 앱을 보면 현직 조종사들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너무 피곤하다며, 이러다 사고가 나서 죽을 것 같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나 또한 소형기 조종사로서 비행할 때에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고, 대형기 조종사인 지금도 비행을 할 때마다 수명이 깎여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막연하게 다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무안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항공사고에 대해서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2년이나 지났음에도 사고수습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조종사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도 있고, 필수공익사업에서 항공업을 제외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모두가 해결 방법은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 문제가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니, 더 중요한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 뿐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결국 국민 절대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른 문제들이 더 중요한 것이고, 이런 사소하고 개별적인 문제는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인 것이다.

 

ㆍ올해 추진 방향과 향후 1년간 계획

 

본업 최우선 → 엎친 데 덮친다고 한다. 일단 본업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 공부가 본업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

건강 관리 → 몸이 아프면 일도 공부도 못하게 되고 결국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건강과 관련된 곳에는 돈을 아끼지 않도록 한다.

스마트폰 금지 → 공부를 할 때에는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완전히 없애버려야 한다.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용 자체를 안해야 한다.

습관을 바꿔야 하는 것이지, 최소한으로 줄일 것이 아니다. 일단 애플워치만 차고 다녀도 문제가 없을 환경을 갖춰 보려고 한다.

단순당, 정제 탄수화물 금지 → 단 맛이 나는 것은 먹지 말고 과자도 끊는다. 이 규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알콜 중독자나 흡연자들도 욕하면 안 된다.

최소한이 아니라 아예 끊는다고 생각해야 최소한으로 먹게 된다. TPO에 따라서 적절히 행동은 하되, 이것 또한 공부의 일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개정된 수험서 구입 →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이다. 개정된 내용을 찾아서 최신화를 시키는 시간에 차라리 새 책을 사서 공부를 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각 과목별로 객관식 문제집 자체를 공부하지도 않았었다. 기본서만 읽어보고 문제를 푸는 연습도 안 했으니 점수가 낮은 것이 당연한 결과다.

이미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으니 새로 기본서를 보기보다는 객관식 문제집을 구입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는 더 적합할 것 같다.

 

다른 8대 전문직 시험을 둘러봐도 내 적성에 맞는 것은 이것 뿐이고, 돈도 없는 내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도 이것 뿐이다. 그래도 아직은 할 만하다.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 끝은 봐야지.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