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
"그거 아무나 하는거 아니야. 시간도 돈도 많이 드는데 실패하면 어쩌려고? 그냥 포기해."
"너도 할 수 있어. 아빠도 해봤는데 열심히 하니까 되더라. 얼마든지 지원해줄 테니까 해봐."
자녀의 미래에 있어서 누가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누가 자녀의 인생에 더 도움이 될까? 자녀는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할까?
자녀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성공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공유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법무사 공부를 시작하고 4개월 정도가 지나니, 이제 어느 정도 전체 구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무슨 말이냐면, 딱히 정확히 아는 것은 많지 않으면서 자신감만 넘치는 헛똑똑이(MOUNT STUPID)가 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내가 어느 분야에 대해서 잘 안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작 제대로 아는 것이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 입을 더 다물어야 한다.
이제 올해 법무사 제1차 시험이라도 치르게 된다면, 자신감이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것은 물론이고, 바닥을 뚫고 지하로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왜 나만 이렇게 사는 것 같은지 불평은 그만 하고, 가진 것도 없으면서 20살까지 신나게 게임이나 하고 만화책이나 보면서 살았던 과거를 반성하면서 공부에 집중하도록 하자.
현재는 과거의 미래다. 과거 행동의 결과가 현재이니, 미래에도 똑같은 말을 하면서 후회하기 싫다면 지금 제대로 준비를 해놔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눈이 있고 귀가 있으면 비교는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불평만 하고 그 사람들을 질투하며 미워하는 것이 나쁜 것이지, 비교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비교는 반드시 필요하다. 평생 컵라면만 먹으면서 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모두 각자의 특성을 살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외국 항공사로 이직해서 월급으로 3,000만 원을 받는 친구, 카페를 개업해서 월급보다 훨씬 더 많은 부수입을 얻는 친구,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진급한 친구도 있다.
책을 보면서 하는 공부만 공부가 아니다. 오히려 전문직 공부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쉬운 편에 속하고, 실패할 경우에도 손실이 크지 않다.
다시 말하면, 이 공부가 어렵다고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봤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니, 도망치지 말고 끝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ㆍ 법무사 시험준비 현황
민법 → 2024년 12월 05일 ~ 2025년 01월 19일까지 1회독에 총 45일 소모되었다.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상법 → 2025년 01월 24일 ~ 2025년 03월 07일까지 1회독에 총 43일 소모되었다. 민법보다 양이 적은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부동산등기법 → 2025년 3월 8일부터 시작해서 1회독 중이다. 등기기록례, 등기신청서 부분까지 공부할 여유까지는 없을 것 같아 보인다.
민사집행법 → 2025년 6월 안에 1회독을 끝내기로 한다.
기타 과목 → 2025년 7월 안에 대충이라도 1회독을 끝내고, 시험일까지 기출문제를 풀면서 연습을 해보기로 한다.
올해 말부터는 현직 법무사들의 조언대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미리 공부할 계획인데, 그러면 내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지게 된다.
법무사는 전문직 중에는 가장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한다. 다른 전문직에 비해 공부량이 월등히 많지만 수입은 적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부를 계속 하는 이유는 범용성 때문이다. 어느 특정 분야가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법률을 공부하기 때문에 쓰일 곳이 많다.
현재 본업은 아주 좁고 깊은 분야에 국한되어 있는데, 그러한 이유로 은퇴 후에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이미 예전부터 전세사기를 비롯한 주변의 크고 작은 법률적인 문제를 처리하면서 작게는 몇 천만 원, 크게는 몇 억원의 손실을 막은 경우도 있었으니, 꽤 쓸모가 있는 분야다.
이후에 법인도 세울 계획이 있으니, 직접 실무를 한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하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과거 항공사 조종사가 되기까지의 공부량을 확인해보니, 기본서 한 권에 겨우 400페이지도 되지 않았다. 그런 책이 5권 뿐이었으니 아무리 많아도 2,000페이지에 불과하다.
지금 공부하는 법무사는 기본서 한 권에 1,500페이지 정도이고, 제1차 시험만 8과목이다. 대충 전체 평균을 내어 봐도 10,000페이지에 다다른다.
여기에 제2차 시험 7과목까지 포함하면 대략 20,000페이지 정도가 된다. 이 내용들을 전부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공부량은 물론이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항공사 조종사의 경우에는 입사할 때까지 6개월 정도만 공부해도 충분했기 때문에,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 공부해야 합격이 가능한 전문직과는 비교할 대상이 아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항공사 조종사가 되기까지 1년간 비행교육비로 2억 원 정도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가성비가 너무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많다.
경쟁률 또한 전체 지원자 중에 절반 정도는 항공사에 입사하기 때문에 전문직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경쟁률이 낮았다.
이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에나 공부를 하면서도 계속 들었던 생각이지만, 지금까지 세상을 너무 쉽게 살아온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는 때가 많았다.
만약 편법으로 쉽게 합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지금 대충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가 문제가 된다.
실력이 부족해서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의뢰인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나에게도 그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갖춰놔야 한다.
비행의 경우에도 실력이 부족해서 사고가 발생하면 나는 물론이고 승객과 그 가족들의 삶도 같이 망가진다.
실제로도 의뢰인의 사건을 잘못 처리했다가, 그동안 벌었던 돈을 모두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했던 어떤 법무사의 사례도 있다.
AI가 발달해서 일거리가 줄어든다는 말을 하지만, AI가 아무리 정확한 답을 내놓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항공사 조종사나 법무사에게 돈을 주고 일을 맡기는 것은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아무런 대가 없는 일에는 아무런 책임도 따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니, 본업이나 부업이나 인생 망치기 싫으면 누가 뭐라고 하든 간에 일단 자기가 맡은 일부터 똑바로 해야 된다. 그 다음에 자기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내가 본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운이 좋다면 무난하게 정년까지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1년 뒤에 은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버틸 수 있는 기한은 2년이 최대이다.
인생이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겠지만, 목표만 명확하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ㆍ은퇴 후 필요한 노후자금
60세 이후 노후자금이 2인 기준으로 월평균 320만 원이라고 한다. 이것은 대출이나 추가적인 지출이 없을 경우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만 계산한 금액이다.
여기에 자녀의 대학등록금과 생활비까지 포함한다면 월 500만 원 정도는 필요할 것이고,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한다면 월 600만 원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월 600만 원을 은행에서 이자로 받으려면 모든 부동산 등의 자산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현금으로 30억 원은 있어야 한다. 나의 최종 목표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60세 이후에 월 600만 원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운이 좋아 정년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그 이후에는 어떤 대책이 있는가?
가족들과 함께 비지니스석을 타고 여행을 다니던 삶을 살다가, 갑자기 하루를 컵라면 1개로 연명해야 하는 삶으로 추락하게 된다면, 그래도 과연 삶이 여전히 행복할까?
이미 지금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대략적으로 체험을 하고 있다.
노후에 대한 걱정이 없는 주변 동료들이 해외에서 여기저기 놀러 다닌다고 같이 따라서 놀러 다닐 생각을 하지 말고, 호텔 안에서 자기 상황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맞다.
지금쯤이면 무기고에 있는 내 총에 어딘가에는 녹이 슬었을 것 같은데, 최소한 법무사 제1차 시험이라도 통과한 후에 확인하러 가봐야 하겠다.
가장으로서 가족들에 대한 책임을 다한 이후에 나의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순서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말고 항상 대승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라.
다시 말하지만 정신 차려라. 지금의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변 동료들이 은퇴 후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 때, 너는 추운 날에는 추운 곳에서, 더운 날에는 더운 곳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평생 힘든 일만 하다가 죽게 될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은 젊을 때 이미 많이 해봤다. 그런데 이제는 가족들의 노후까지 걸려 있다. 다 같이 죽기 싫으면 정신 차려라.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