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어떤 직업이나 목표를 갖기 위해 가장 중요했었던 것은 결국 정신력이었다.
모두 같은 불안감, 긴장, 걱정 속에서 과정을 하나씩 이겨내고, 결국에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도 하지만, 실패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과의 밀접한 유대관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채용이 마지막이라거나, 특정 출신은 채용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의 많은 소문 속에서도 반드시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나눠 이겨낼 수 있었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는 꽤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었고, 실제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부족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ㆍ짐을 줄여라
이번 달 목표를 2주 일찍 달성하고 잠깐 쉬어가는 단계로서, 다음 계획을 준비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생활 패턴을 단순화하려 한다.
내가 조종사 취업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했었던 각오와 고민, 그 과정들을 거치면서 겪어왔던 것들을 곱씹으며 또 다른 계획을 추진하려고 한다.
해외에 레이오버를 갈 때 가장 큰 걱정거리가 짐을 싸는 것이었다. 각종 필요한 물건들을 다 가지고 가면 무거워서 이동하기에 꽤 부담스러웠다.
짐을 계속 줄이다보면, 결국 필요한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짐을 줄이고 계속 줄이다보면, 마지막에는 작은 손가방 하나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손가방 하나로도 필요한 것들을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제는 가방 하나만 들고 가볍게 다니고 있다.
ㆍ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마라
예상대로, 지원자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합격하기 쉬워졌다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이 중에서 일부는 완전히 포기했을 것이고, 일부는 계속 관망하기만 할 것이고, 일부는 포기하기 않고 다음 채용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곧 채용공고가 올라올 것이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분명히 물어볼 것 같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공군 조종사 출신만 합격할 것이다, 항공운항학과 출신만 합격할 것이다, 선선발 과정만 채용할 것이다, 항공사 비행경력이 있는 사람만 합격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경기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기권하려 한다. 그러나 케이스 스터디는 과거의 유물에 불과하다.
불과 2달 전에 열렸던 대한항공 운항승무원 채용에서 합격한 사람들 대부분은 국내외 항공사에서의 비행경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국내외 항공사에서 비행경력이 있는 사람들만 우선적으로 채용될 것이라는 소문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몇몇 항공사의 경우에는 특정 항공운항학과와 맺어졌던 MOU가 전면 파기되어 비전공자 출신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상황이기도 하다.
다른 출신에 비해 나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육군 항공 조종사 출신들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역이 막혔기 때문이다.
예전에 썼던 글을 보고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조종사가 어릴 때부터 꿈이라고, 어떻게 될 수 있냐고 댓글로 많이 물어본다.
나름대로 신경써서 답변을 했었지만, 그 사람들 중 99%는 조종사가 꿈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간절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별로 되고 싶은 생각도 없어 보인다.
원하는 답변을 받은 후 감사의 인사도 없다. 자신에게 딱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고, 앞으로 나와 다시 만날 일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여기에 내가 거쳐온 대부분의 과정들을 모두 글로 남겼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생략되어 있다. 공개적으로 쓸 수 없는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종사 면장만 취득하면 취업이 된다고 생각한다.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레이싱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조종사 면장을 취득하고, 항공사 운항승무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절반이 넘게 탈락한다.
ㆍ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간혹, 조종사가 되려면 이런 것과 저런 것들도 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렇게까지 해야 되냐고, 다른 방법은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없는데도 더 쉬운 길을 찾으려고 한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그래서 바뀌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니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
언제 채용공고가 나올 것인지 항공사에 직접 연락은 해봤는가? 지나가는 조종사들을 붙잡고 조언은 받아 보았는가?
나와 일면식이 전혀 없던 후배 한 명은 없던 인맥까지 만들어 코로나19가 발생한 후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길을 찾아 외국 항공사에 입사했다.
심지어는 채용공고가 없었음에도 항공사에 개인적으로 연락하여 혼자만 채용된 경우도 있었다.
지금 항공업계가 얼마나 힘든데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 다른 대기업 채용은 쉬운가? 공무원 시험은 매달 열리는가? 변호사 시험은 무한정 응시가 가능한가? 치킨집만 차리면 큰 돈을 벌 수 있는가?
ㆍ사람마다 피어나는 시기가 다르다
누군가는 26살에 항공사 부기장으로 입사하고, 누군가는 41살에 입사하기도 한다.
단지 그 일을 조금 늦게 시작했을 뿐이다. 항공사 조종사가 된다고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조금 더 일찍 일을 시작한다고 큰 차이도 나지 않는다.
단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삶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바뀐다. 그 성취감으로 또 다른 성공을 이끌어낸다.
어렵게 목표를 이루더라도 현실은 생각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다.
산 정상에 올라 안개가 걷힌 뒤에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고, 다행히 상상하던 그대로의 풍경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겪은 뒤에 주변을 둘러보면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요즘 주변 사람들을 보면 카페를 개업한 사람이 많다. 오히려 부업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
어차피 지금 취업을 하더라도 본업 외에 결국 다른 일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지금 부업으로 할 것을 미리 찾아두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버티면 된다.
순서만 조금 바뀔 뿐이다. 오히려 조종사로 일하면서 부업을 준비하는 것이 더 힘들다.
ㆍ생활 패턴을 단순화하라
집에서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생활 패턴이 복잡하게 바뀐다. 공부하다가 유튜브도 보고 영화도 보고 뉴스도 본다. 방해물이 많다.
문득, 옛날에 동생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부모님이 게임기를 사주겠다고 했고, 동생은 당시에 유행하던 게임기를 받아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게임에 빠져 다음 시험을 완전히 망친 일이 있었다. 성적표를 보신 부모님은 그 게임기를 눈 앞에서 망치로 부숴버리셨다.
지금은 나에게 누가 공부하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스스로 생활 패턴을 정리해야 한다.
유튜브 구독을 해지할 것 → 자극적이고 멍청한 영상들을 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모든 채널을 구독 해지한다. 꼭 필요한 내용은 직접 찾아서 본다.
비근무일에는 최소한 아침 7시에는 기상할 것 → 졸려도 일단 깨서 낮잠을 자더라도 공부를 시작한다. 3일만 하면 습관이 된다.
사고 싶은 것이 있는데 계속 고민된다면 → 일단 사고 필요 없으면 중고로 팔아라. 대신에 고민했을 그 시간을 얻을 수 있다. 비싼 것은 그냥 사지 마라.
비행하는 당일에는 비행과 관련된 공부만 할 것 → 영역이 서로 다른 공부를 하니 그 날 비행의 감각이 비교적 떨어지는 것 같다. 운송용 조종사 준비도 병행한다.
교우관계를 정리할 것 → 진취적인 사람과 함께 해라. 나와 잘 맞는 사람들만 만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없으면 굳이 만나지 마라.
매일 운동할 것 → 닌텐도 링피트가 부담 없이 매일 운동하기 상당히 좋았다. 매일 규칙적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니 많은 도움이 된다.
소유물을 간소화할 것 → 소유물이 많으면 관리와 정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시 구할 수 없는 정말 필요한 것만 두고 모두 처분한다.
나는 지금 내가 바라던 수준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 그러니 다음 계획을 실행하고, 또 다음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너무 오래 쉬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간들이 소중한 것이다. 이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고 않고 모두 맛봐야 한다.
그러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물려받을 것이 없으니 땅이라도 파서 돈을 벌어야 한다. 공부 외엔 답이 없다는 말이다.
공부를 하면 스트레스도 풀린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군대에서도 담배를 피지 않았다고 말하자, 아주 좋은 습관이긴 하지만, 어떻게 버텼냐고 했다.
나는 그것이 공부 때문이라 생각한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지금 이 상황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공부만 하고 살 것이냐고 한다면, 어릴 때 공부 외에 다른 하고 싶은 것들 대부분은 다 해봤기 때문에, 순서만 바뀐 것이라 딱히 아쉬운 것은 없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생활 패턴을 좀 더 단순화해서 앞으로 일어날 다양한 상황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겠다.
유지보수가 쉬운 것은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생활 패턴도 단순하면 오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부가 그래서 쉬운 것이다. 공부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