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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전역 후, 한국항공대학교 APP 과정을 따라 미국 플로리다의 FSA로 이동했을 때의 사진들이다.

한국항공대학교 APP 과정은 대한항공 입사가 100% 보장된다는 말만 믿고 갔기 때문에, 환경이 열악해도 무조건 참고 견디기만 한다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대한항공에 합격할 확률이 가장 높은 과정이었기 때문에, 미치지 않은 이상 그만두는 것이 당연히 손해라는 생각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되어서 두 달여 만에 과정을 그만두게 되었다.

비행교육 비용을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2억 원으로는 턱 없이 부족했고, 기간도 5년 이상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숙소는 여러 타입이 있었는데, 내가 배정된 곳은 방갈로 형태의 2인 1실로 되어 있었다.

분명히 나는 전역했는데 군대 생각이 다시 났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교육과정 시작이 계속 지연되어서 결국 여기서 비행기는 단 1시간도 타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게 더 잘 된 일이었다.

퇴교 절차를 밟을 때, 딱히 정산할 것이 없어서 비교적 빨리 절차를 끝낼 수 있었다.

한 달 정도 생활하면서 현지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졌던 것이 다음 비행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숙소는 방갈로 형태의 원룸에 침대 2개와 소파 1개가 전부였다.

누가 언제부터 얼마나 사용했을지 모를 것들이었고, 수돗물에는 석회질이 가득했고 생수도 따로 구입해야 했다.

그나마 에어컨은 잘 나왔는데, 인터넷은 너무 느려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개인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생필품을 구할 수 없어서, 한인 마트에 따로 주문을 해서 매주마다 배송을 받아야 했다.

그게 아니면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장바구니 가득 물건을 들고 이동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먹을 수 있는 것은 간단히 데워서 먹을 것 수준이었고, 제대로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PX라도 있었던 군대에 비해 더욱 열악하다고 할 수 있었다.

 

 

도저히 할 일이 없어서 미리 공부를 하면서 한국에 연락을 하다가 결국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퇴교 절차를 밟으면서 짐을 하나씩 정리해서 미리 애리조나로 보냈다.

 

 

애리조나는 사막형 기후인데 매우 건조하고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이다.

덥긴 하지만 비가 잘 오지 않고 기류도 플로리다에 비해서는 비교적 안정적이라 비행 훈련을 받기에는 좋았다.

바로 근처에 월마트가 있어서 먹을 것을 구하기도 쉬웠고, 셔틀버스가 있어서 근처 한인마트나 시내까지도 갈 수 있었다.

차가 필요 없어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근처 월마트에서 3달러짜리 피자, 콜라, 햄버거를 자주 먹었는데 살이 3KG 정도 쪄서 돌아왔다. 한 달 굶으니 금방 빠지긴 했다.

생활 환경이 완전히 다른 미국 동부와 서부를 비교해보니, 사람들이 왜 집 근처에 대형 마트나 학교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 정도 크기의 거실에 옆에는 방 하나가 있는 1.5룸 형태였고, 월세는 800달러였다.

원래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다른 친구들과 방을 공유하려고 했는데, 공부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진도도 달라서 집중을 못했다.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니, 비용을 더 들이지만 집중해서 빨리 공부하고 교육 과정을 끝내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여기도 그렇지만 지금 집에서도 공부하는 책상이 없었던 적이 없다.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 나름대로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갖추려면 공부가 가장 쉽다는 진실을 깨달은 이후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신을 차렸다면 주변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쉬울 뿐이다.

특별한 재능이 없다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수단 중에 가장 쉬운 것은 공부 뿐이다.

 

대학교에 다닐 당시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지, 장학금을 받아서 학비를 낼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나는 편입에 필요한 학점을 잘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아르바이트를 해봐야 돈도 얼마 받지도 못하니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는 쪽으로 선택했다.

최종적으로는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결과로 확인했다.

 

 

한국항공대학교 APP 과정을 그만두고 개인적으로 미국 비행학교를 수료하고 다른 항공사에 입사했더니 예산이 1억 원 정도가 남았다.

남은 돈으로 오피스텔 보증금을 내고 차를 샀다. 처음에는 차를 살 생각이 없었지만, 새벽에 출퇴근을 할 일이 많아 반드시 필요했다.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넓은 집도 필요하지 않았다. 차도 탈 일이 거의 없어 배터리가 방전될 정도라 차를 왜 샀나 싶기도 했다.

집에서는 잠만 자고 일어나서 정신이 회복될 쯤 되면 다음 비행을 준비해야 했다. EAT, SLEEP, FLY의 완벽한 반복이었다.

친구는 운이 좋으면 세 달에 한 번 정도나 겨우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마곡나루는 상권이 구성되기 전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동네가 깨끗했지만, 지금은 거의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

길거리에는 항상 흡연자가 가득했고, 주말 아침에 출근하면 길바닥에는 항상 토사물로 가득했다. 지금도 크게 바뀐 것이 없었다.

현재 항공사에 근무하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탈출해서 마곡동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먹고 놀기에는 좋지만, 살기에 좋은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마침 시간 여유가 생기고 오피스텔 만기도 다 되어서 이번 기회에 그냥 집을 매수하기로 했다.

공항으로 출퇴근이 편한 9호선 부근의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출퇴근은 편했지만 오래 살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서구에서는 그나마 마곡동이 나은 편이었고, 나머지 구역들은 환경이 더욱 열악해서 사건, 사고가 뉴스에 종종 보도되기도 했다.

비만 오면 심해지는 강서구의 하수처리장의 냄새와 쓰레기 소각장 냄새도 떠날 이유가 되었다.

 

 

이제 여기서는 출퇴근 뿐만 아니라 주변 주민들의 의식 수준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도 지나다니는 출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는 주민, 복도 문을 열고 냄새가 심한 음식을 하는 주민, 남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도망가는 주민도 있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서 뛰어다니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집도 있었다.

블라인드를 열면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는 경우도 있어서, 항상 블라인드를 닫고 살아서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비과세 기간만 채우고 이사를 가기로 결정하고 일주일만에 집을 매도한 후, 다음 집을 매수하고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사를 준비하다 보니, 가진 물건의 양이 군대에서 가지고 있던 물건과 그 양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도 완벽한 조건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집 중에서는 가장 조건이 좋은 곳이다.

여기에서도 그렇게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나마 지금보다는 여건이 조금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해서 일단 매수했다.

일이 잘 풀리거나 공부가 잘 되어서 부가 수익이 생긴다면 다음 상급지로 이동할 계획이다.

 

 

아파트 구내 카페이다. 굳이 비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집에서는 집중이 잘 안되니 비행이 없는 날에는 구내 카페나 독서실에서 집중해서 빨리 공부를 끝내고 쉬려고 한다.

아파트 구내 헬스장도 있어서 매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서 여러 모로 경제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지대가 높아서 시야에 크게 막히는 것이 없다. 정면에는 여의도 63빌딩도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카페 테라스에서 공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앞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거실 블라인드를 걷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지대가 높은 편이라 앞에 막히는 것이 없어 답답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살다보면 단점이 또 보이겠지만, 일단 여기에서 잠깐 숨 고르기를 하려고 한다.

 

최종적으로는 하류층을 벗어나 중산층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 정도 목표에 도달하면 출퇴근은 고려사항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최소한 밥이라도 마음 편하게 사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게을러지면 안 되겠다.

당분간은 또 지출을 줄인 채 살아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주변 환경이 나아져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는 덜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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