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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을 살짝 핥아보고 왔다. 시험 후기들을 읽어보니 이번 시험이 특히 난이도가 어려웠다고 한다.

토익이나 다른 자격증 시험처럼 거의 대부분이 문제은행 형식으로 출제되는 것이 아니라, 출제 방식을 계속 바꿔서 난이도가 예측이 안 된다.

사법시험 경험자가 말하기로는 사법시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며 변호사 시험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있다.

그래도 일단 시험을 쳐보니 할 만하다. 공부했던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확실히 아는 문제도 있다. 도저히 못 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은 것 같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서울대학교 법학과나 의과대학에 있지, 여기에서 나하고 경쟁할 급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법무사 시험은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괜히 8대 전문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조종사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자격증을 제대로 취득할 생각이라면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이렇게 비행과 관계가 없는 다양한 분야를 접할 때마다 자연스레 겸손해진다. 지금까지 내가 너무 쉽게 살아왔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교실은 모르겠지만 실제로 시험을 보러 온 사람은 70% 정도였다. 시험 수수료가 1만 원이라 일단 접수만 해두고 안 오는 것 같다.

중학교 책걸상이라 허리가 좀 아프긴 했는데 시험이라 해봐야 2시간 정도이니 버틸 만하다. 시계를 볼 시간도 없이 금방 지나간다.

동남아 비행편은 5시간 정도는 앉아 있으니 2시간 정도면 별로 긴 시간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번 시험에서 확인한 것이 하나 있다.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보다 재밌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도 못하면 재미가 없는데 계속 하면 잘하게 된다. 그래도 결국에는 돈과 시간만 낭비될 뿐이다.

이 공부는 처음에는 어렵지만 문제를 맞출 때의 쾌감이 있다. 그런데 돈이 된다. 컴퓨터 게임과 공부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공부를 하는 것이 맞다.

어릴 때에는 컴퓨터 게임을 선택했었다. 공부를 못해도 당장 생활에 지장이 없으니까 안일했던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고생은 그 대가다.

 

만약, 돈 걱정 없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다면, 이미 200억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거나 금수저라서 취직이나 노후 걱정이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데도 공부나 일 외에 불필요한 일을 한다면, 머지않아 돈 때문에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후회할 일이 분명히 생기게 된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딱히 공부를 할 이유가 없다. 정신줄 놓고 라면 먹으면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편이 스트레스 풀기에는 더 좋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도 못하면 스트레스 받는다.

 

ㆍ출제 유형 등 난이도 변화에 따른 대책

 

아래는 이번에 처음 출제된 형식인데, 공탁금 회수청구 시 공탁서 제출이 면제되는 경우를 고르는 문제이다.

이제는 단순히 이론적인 지식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실무적으로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겠고, 출제 유형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해도 합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기본서 위주로 확실히 공부해야 다양한 유형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항공사 조종사 입사시험도 초기에는 이론 위주로 문제은행 형식으로 쉽게 나왔다가, 나중에는 실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갑자기 바뀐 것이 생각이 난다.

입사시험 당시에도 말 그대로 조종사에 미친 사람만 입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위에 있는 문제도 이론만이라도 확실히 안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공탁금액이 5,000만 원 이하인 때, 비법인사단이나 재단, 관공서인 경우에는 1,000만 원 미만인 때에 공탁서 제출이 면제된다.

그래서 답은 2개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쉬운 문제인데 유형이 달라지면 당황하게 되고 뇌가 정지된다.

 

ㆍ시험시간 부족에 대한 대책

 

법무사 제1차 시험은 제1교시(09:30 ~ 11:30), 제2교시(14:00 ~ 16:00)로 나뉜다.

제1교시는 헌법, 상법, 민법, 가족법으로 총 100문제이며 시험시간은 총 2시간이다.

제2교시는 민사집행법, 상업등기법 및 비송사건절차법, 부동산등기법, 공탁법으로 총 100문제이며 시험시간은 총 2시간이다.

 

 

총 100문제라면 지문이 500개이다. 150자 길이의 지문 500개를 2시간 내에 읽어야 하는데, 마킹 시간 20분을 제외하면 총 100분이 남는다.

지문 500개를 100분 내에 모두 읽고 푼다면 문제 1개를 1분 내에 풀어야 하고, 150자 길이의 지문을 10초 내에 모두 읽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문을 쓱 보고 답을 찍어내지 못하면 합격을 못한다고 보면 된다. 지문 5개를 모두 읽을 것이 아니라, 답을 찾으면 다른 지문은 무시하고 넘어가야 시간이 남는다.

토익 시험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답이 맞으면 나머지 지문은 무시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여유가 생긴다.

 

시험 종료 알림은 20분 전에 나오는데, 이 때에 OMR 카드 마킹을 시작하면 마지막 10분 정도가 남는다.

이 때에 마지막까지 풀지 못한 문제 한두 개 정도는 푸는 것으로 전략을 짜보려고 한다.

 

ㆍ식사 및 점심시간 활용에 대한 대책

 

아침에는 바빠서 식사를 할 시간이 따로 없다. 미리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 근처 편의점에서 먹을 거리를 사 먹었는데 다음에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점심시간이 2시간이라 5분 내로 밥을 다 먹으면 최소한 1시간 30분 정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태블릿에 교재를 전부 스캔해서 넣어뒀는데 밥 먹으면서 조금씩 봤는데 그 내용들이 시험에 나왔다. 무거운 책을 들고다닐 필요가 없으니 편했다.

컴퓨터용 사인펜, 수정테이프, 신분증, 응시표 4개만 챙겨가면 된다. 그런데 시험장이 서울이긴한데 외진 곳에 있어서 교통이 불편했다.

주차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서, 3시간이나 4시간 전에 도착해서 주차를 시도해봐야 하겠다. 미리 가서 공부를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ㆍ앞으로의 공부 계획

 

일단 기본기가 부족하다. 기출문제는 거의 의미가 없었다. 문제를 풀고 해설을 보더라도 앞의 내용과 이어지지 않으니 금방 잊혀진다.

기본서를 기반으로 이 블로그에 정리한 내용들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면서 내용을 덧붙이려고 한다.

이제 막 시험이 끝났으니 1년이 남았다고 하지만, 그래봐야 비행 스케줄에다 대형기 공부도 하면 몇 달 정도는 그냥 날아간다.

기출문제는 가장 마지막에 보는 것으로 하고, 지금까지 공부했던 내용이라도 확실히 공부해야 하겠다.

 

올해 10월 말에는 공인중개사 시험도 있는데, 이건 법무사 시험과는 달라서 기출문제로도 해결이 된다고 한다.

법무사 공부는 기본으로 하면서 공인중개사 시험은 머리도 식힐 겸 기출문제 위주로 조금씩 풀어보려고 한다. 민법은 겹치니까 동시에 해결이 되겠다.

이건 1차와 2차 모두 필기시험이라 1차만 목표로 하고 2차는 천천히 준비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스터디 윗 미는 이사를 가면 중단할 생각이다.

지금 사는 집에서는 주변에 스터디 카페나 독서실이 없어서 그나마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 것이지만, 결국 한계가 있었다.

나름 서울에다 지하철 9호선 역세권이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200세대 이하의 나홀로 아파트 주변에는 인프라가 전혀 조성되지 않았다.

이제 이사를 가면 구내 독서실이나 카페, 회의실도 있으니 비행 스케줄이 없을 때 공부하면 집에서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이 좋을 것 같다.

3년 정도 공부를 하고 성과를 낸 뒤에는 강남구나 서초구로 이사를 갈 계획이다. 성과를 못 내면 그냥 계속 이렇게 사는 것이다. 선택의 문제이다.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공부를 하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본인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본업을 하면 할수록 다른 일도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이 일이 아무리 좋아도 언제 그만두게 될 지 알 수 없으니,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나쁜 일은 한번에 몰려서 온다. 발이 물웅덩이에 빠지는 것으로 끝날 것인지, 물웅덩이에 빠졌는데 진흙탕에 엎어지고 다리까지 부러질 것인지, 선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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