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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끝나서 그런지 비행도 많아지고 개인적인 일도 많아져서 집에서 진득하게 앉아 있을 여유가 별로 없어서 이제서야 기록을 남긴다.

비행도 많아져서 따로 날짜 잡기도 애매하고 뭔가 비밀스럽게 준비하느라 생일날에 맞춰서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역시나 바로 들켰다.

최종적으로는 식사도 잘 하고 프로포즈도 무난하게 별 일 없이 잘 끝냈다.

 

시그니엘 서울이 오후 3시부터 체크인 시작이라 시간 맞춰서 도착했는데, 다들 줄을 서서 대기중이었다.

미리 예약도 안하고 그냥 온 사람들인가 생각해서 바로 컨시어지로 갔더니 번호표부터 뽑고 대기하라고 한다.

로비에 가득 찬 사람들이 전부 다 체크인 대기 중인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결국 30분 넘게 기다리다가 겨우 들어갔다.

 

 

주차장과 호텔을 두세 번 오다니며 차에 실어온 꽃바구니들을 챙겨서 준비를 완료했다.

연애 경험이 없어서인지 이런 이벤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 눈치도 보이고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이것 또한 추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했다.

나 말고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주변에 꽃바구니와 풍선들이 많이 보였다.

 

2시간 정도 걸려서 준비를 마치고 정리를 하고 있으니 주인공이 도착했다.

잠실역 근처에 마중을 나갔는데 배고파서 일단 밥부터 먹으려고 STAY로 올라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참고로 여기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면 최소한 1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고, 창가 자리는 훨씬 더 이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2주 전에 예약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예약하려고 했더니, 이미 예약이 다 되어서 자리가 없고 앞에 5명 정도가 더 있다고 했다.

굳이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기는 애매해서, 투숙객인데 어떻게 방법이 없겠냐고 물어봤더니 최우선으로 대기 목록에 올려주었다.

당일에 시그니엘 서울 투숙객이라면 앞에 예약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최우선 순위로 대기 목록에 올려준다고 한다.

그리고 예약 확정이 되면 연락을 주는데, 보통 하루 전에는 최소한 1개 정도는 자리가 무조건 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3일 전에 예약이 확정되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메인 요리로 해산물하고 고기가 있어서 고기로 선택했는데, 요리 2개가 다 나온 것 같았다.

맛은 잘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서비스는 중요한 사람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기엔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제일 높은 건물에서 식사를 한다는 점이 상징적이라 생각하면 괜찮다고 본다.

 

 

식전 빵과 비누처럼 생긴 버터가 나온다.

기내식도 항상 모닝빵에 버터를 준다. 식전 빵이 미각 청소를 해서 요리를 제대로 맛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혈당 올라가니까 웬만하면 먹지 말고 참으라고 하는데, 그냥 먹었다. 이러니까 살이 안 빠진다.

 

 

캐비어를 올린 깻잎 튀김이다.

기름지지 않아서 속이 불편하지 않아 가볍게 먹기 괜찮았다.

 

 

아스파라거스 어쩌고 메뉴이다.

역시 캐비어가 올라간 요리인데 간이 적절하게 잘 되어서 먹기 괜찮았다.

 

 

새우를 갈아서 타르트로 만든 요리인데, 롯데리아에서 먹던 새우버거 맛이 난다. 새우 풍미가 가득해서 식감이 좋았다.

평소에 새우를 잘 먹어서 그런지 부담이 없었고, 타르트 형태라 디저트처럼 가볍게 먹을 수 있었다.

 

 

지옥에서 온 버섯 스프이다. 너무 짜고 식감도 별로라서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요리였다.

버섯은 좋아하니까 잘 먹는데, 너무 짜다는 것이 문제였다. 빵에 찍어 먹으면 좀 나을까 싶은데, 바닥에 깔린 물컹한 버섯은 감당이 안 되었다.

정말 중요한 손님이 있다면 이 메뉴는 빼달라고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정도였다.

 

 

다시마 숙성 광어에 캐비어를 올린 요리이다.

적절하게 잘 익히고 간도 적당해서 생선이지만 비린 맛이 전혀 없이 가볍게 먹을 수 있었다.

 

 

최상급 한우 안심구이이다. 추가로 선택해야 먹을 수 있다.

등급은 잘 모르겠지만, 사진처럼 딱 먹기 좋을 정도로 알맞게 구워져서 질기지 않게 먹을 수 있다.

다만, 고기는 결국 고기이니 씹는 것이 불편한 분들을 모시는 자리라면 굳이 추가로 주문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멜론 셔벗이다. 후식으로 먹기엔 충분한 양이었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양도 적당해서 부담 없이 식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초콜렛 타르트 위에 패션 프룻 젤리 절편을 올린 디저트이다.

미리 요청을 하면 그릇 테두리에 문구를 적어 주니 필요하면 예약할 때 레터링 서비스 요청을 하면 된다.

연막작전으로 프로포즈가 아니고 생일 축하로 적어달라고 했는데, 이미 다 들킨 상황이라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한다.

 

 

차를 가져가긴 했는데 식사만 하고 가려는 것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무알콜로 주문했는데 어차피 들킬거면 차라리 와인을 주문하는게 나을 뻔 했다.

무알콜 샴페인인데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적다. 맛은 있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마음껏 먹기에는 부족했다.

 

 

후식을 자유롭게 가져다가 먹을 수 있는데 배가 불러서 하나씩만 먹으려고 가져왔다.

흔히들 호텔 뷔페에서 먹을 수 있는 디저트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이제 다음달 카드대금을 걱정하는 나.

 

 

객실도 화장실에서만 야경이 보이는 곳이 있고, 방과 화장실 둘 다 보이는 곳이 있는데 큰 차이가 안나서 그냥 추가금 내고 결제했다.

예전에 잠실에서 거주할 때, 언젠가는 여기에서 숙박도 하고 식사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주변을 보면 프로포즈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여자가 남자에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꼭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안 하면 제일 편하다.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 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런 일에는 돈도 많이 들기 마련이다.

결혼식도 꼭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혼인신고만 해도 된다. 그런데 그 마음가짐이나 정성에서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결혼식에 초대를 할 때에도 반드시 상대방을 직접 만나서 식사를 대접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청첩장을 주는 이유가 있다.

 

프로포즈는 상대방이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 인식하고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이런 것들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결혼 생활을 해나갈 것인지, 새롭게 가족이 될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단순히 정말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하기 싫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그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돈은 그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콜라 하나에도 돈을 쓰기 아까워서 물을 마시지만, 중요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가장 좋은 것을 주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허례허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그 당사자들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그 행위에 자기 의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도 내가 직접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앞으로 죽기 전까지 계속 나와 함께할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을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시간과 비용, 약간의 정신적 압박도 있었지만 다시 뒤돌아봐도 결코 아깝다거나 허례허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 직접 준비한 것이지만, 돌고 돌아 생각해보면 결국 모두 나를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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