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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FIGHT OR FLIGHT

 

살다보면 직장에서의 업무는 물론, 가족 관계, 친구 관계 등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많이 직면하게 된다.

특히, 항공사 조종사로 일을 하다보면 정기 심사, 시뮬레이터 심사 등의 각종 심사, 건강 관리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의 양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일도 다른 누군가는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맞서 싸우거나 혹은 도망치거나(FIGHT OR FLIGHT), 사람들은 결국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미국의 생리학자이자 가장 존경받는 과학 정치가 중 한 명인 WALTER BRADFORD CANNON이 정의한 현상이다.

동물이 강하게 각성될 때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계가 아드레날린 호르몬과 결합하여 투쟁 도피 반응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교감신경계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소비하여, 긴급 상황 시 빠른 방어 행동 또는 문제 해결 반응을 보이기 위한 흥분된 생리적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의 심리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한 번의 선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처럼 그 이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계속 맞서 싸우며 살아온 사람들은 그 상황을 극복하며 성장하지만, 계속 도망치기만 하면 당장 스트레스는 받지 않겠지만 앞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맞서 싸움으로써 성장하는 기쁨을 느낀 사람들은 그 이후에도 도망치기보다 싸우는 것을 선택하게 되고, 또 성장하게 된다.

 

어떤 시험에서 계속 불합격한다면 주눅이 들어 그 시험을 포기할 것인가,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을 할 것인가?

회사에서 상사가 나에 대한 평가를 좋지 않게 한다면 그 업계를 포기하고 떠날 것인가, 아니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그 상사를 뛰어 넘을 것인가?

누군가가 나를 계속 괴롭힌다면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 고소장을 보내버릴 것인가?

 

ㆍACE UP MY SLEEVE

 

 

지금까지 나는 겸손함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믿어 왔다.

그런데 진정으로 겸손하여 타인을 존중하는 것과 기가 죽어 투쟁 의지가 완전히 꺾여버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나는 이 두 가지 개념을 혼동하여 사용했지만, 일련의 경험을 통해 완전히 분리시킬 수 있게 되었다.

 

회사는 물론, 학교, 학원, 사우나 등 모든 곳에서 서로의 기를 꺾으려고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몸에 문신을 새겨 다른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며 기를 꺾으려 하고,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여 기를 꺾으려 하기도 한다.

주변 경쟁자들의 실수를 집요하게 공격하여 업계를 떠나게 만들거나, 가스라이팅을 통해 어떤 시험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기를 꺾는 경우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일수록 별 볼 일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자기 자신 스스로도 본인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숨기기 위해 센 척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무는 개는 이빨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을 잡아먹는 이리는 짖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며 기를 꺾으려고 든다면, 오히려 안심해도 좋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가 꺾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본업과 관련해서는 기장과 부기장 사이의 경험과 지식 차이로 인한 권력 거리(POWER DISTANCE)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생각을 해봤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믿는 구석을 만들기로 결론을 내렸다. 내가 법률과 관련된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그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우리 양가 집안 모두 정치계와 법조계에 깊은 관련이 있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몇 명과 아주 가까운 사이이기도 했다.

내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기억은 없지만, 내가 법조계에 계속 흥미를 느끼고 실제 소송에서도 이기면서 재미를 느꼈던 것은 그와 관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들어 부업과 취미 관련으로 지방법원과 경찰서에 주기적으로 드나들고 있는데, 이제는 경찰서가 회사만큼 익숙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지금의 본업이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기 때문에 경력 관리를 위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야가 넓어져 또 다른 생존 수단이 생겼고, 그 이후로는 본업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경력 관리를 위해 어떠한 작은 실수도 없어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은 버리고, 실수를 하더라도 사람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비행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성의 없이 대충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생각이 더 유연해지고 행동도 자연스러워져 업무 수행 능력이 예전에 비해 더욱 향상되었다.

그래서 본업은 본업대로 성실히 하고, 부업은 부업대로 꾸준히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것을 딱히 드러내지도 않지만, 구태여 숨길 필요도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계속 내 기를 꺾으려고 한다거나, 나를 개인적인 감정으로 공격하더라도 굳이 반격할 생각은 없다.

복수를 하려면 자신의 것과 남의 것으로 무덤 두 개를 파라는 말도 있고,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런 말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강가에 고요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아라. 그럼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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