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트레스 탓인지 몸에 병이 생긴 적이 있었다.
예전에 겪었던 증상과 비슷하고 병원에 가기도 귀찮아, 이번에도 약국에서 약을 사서 먹으면 금방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약국에서 약을 사서 먹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증상이 완화되기는 커녕 더욱 악화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러다 크게 잘못될 것 같다고 생각될 쯤에 이르러 병원에 가게 되었다.
의사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진단을 내렸고, 의사의 처방을 따르자 그 병은 며칠도 채 되지 않아 다 나아버렸다.
결국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지레짐작하지 말고 전문가를 만나서 해결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경험했다.
ㆍATTITUDE MAKETH PILOT
항공 분야에 발을 들이기 시작할 때부터 조종사에게는 태도(ATTITUDE)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심지어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어떤 태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에 블로그로 신청을 받아 항공사 조종사 지망생들에게 멘토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태도의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 어떤 기준으로 사람들의 인성이나 태도를 구분하는지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략적으로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질문 목록을 적어와서 하나씩 물어보거나 하는 말을 모두 받아 적는 사람부터 약속을 잡아놓고 오지도 않는 사람 등 다양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이메일 주소만 적어두고 알아서 자료를 보내고 설명을 해달라는 사람들이었다. 비행낭인이 왜 생기는지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멘토링을 하는 입장에서 그 사람들을 보니 태도가 목표의 성패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나 스스로의 태도에 대해서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비행교육을 받을 당시, 전공자들은 현직에 있는 선배들로부터 중요한 정보나 자료들을 쉽게 구하고, 비전공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 또한 비전공자 입장에서 항공사 조종사가 되려고 준비하던 당시에도 정보를 얻기 힘들었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길 바랐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내가 고생했으니 남들도 고생을 해봐야 한다는 유형, 내가 고생했으니 남들은 고생하지 말라는 유형이 있는데, 나는 후자였다.
사회초년생이 2억 원이라는 큰 비용을 지불하는데도, 항공사 신입 부기장 공개채용 전형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 가난했던 과거의 절박했던 내 상황이 떠올라,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이 분야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도제식 교육이기 때문에 혼자 수업을 듣거나 책만 읽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비행기량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기초 공부에 도움되는 자료부터 항공사별 신입 부기장 공개채용 기출문제와 시뮬레이터 프로파일 등, 최종 합격까지 필요한 모든 자료들을 공유했다.
그러면 기초 공부를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기본적인 내용을 다 공부하고 항공사 신입 부기장 공개채용 준비를 할 것인지 큰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린다면 비행교육을 받을 때 단계별로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기 때문에 빈틈 없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비행교육을 받다 보면 기상 악화나 대기 등으로 지연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간들을 낭비하지 않고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함께 준비했던 사람들은 모두 짧은 기간 내에 항공사 신입 부기장 공개채용에 합격했으니, 틀린 방법은 아닐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최종 합격한 모든 사람들은 그 채용 과정들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내가 비행교육을 받을 당시에 알고 있었더라면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위주로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나처럼 경제적 여유가 없어 실패 한 번에도 인생이 크게 망가질 수도 있는 절박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로부터의 조언 한마디로 인생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런 희열을 느껴보길 바랐다.
누군가는 영어를 공부하려고 몇천만 원을 들여서 미국 유학을 다녀오지만, 누군가는 국내에서도 단돈 몇만 원으로 그에 못지 않은 영어 실력을 갖추기도 한다.
올바른 태도만 가지고 있다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ㆍ허수의 비밀
지금부터 두 달 뒤에 공인중개사 시험이 있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법무사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이런 글을 쓸 동안에 공부나 더 하는 것이 맞겠지만, 생각도 정리하고 비행 후 시차 적응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시험을 치뤄봤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지원자의 대부분은 허수라는 것이다.
보통 수학에서 존재하지 않는 수를 말할 때 허수라고 하는데, 시험에 합격할 생각도 없으면서 일단 지원하고 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 비행학교에서 사람들이 언제 그렇게 많은 공부를 다 끝내고 놀러다닐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실제로는 공부를 하지도 않고 그냥 놀러다니던 것이었다.
현실적으로는 비행낭인이 된 것이 전부 그 사람들의 탓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애초에 타인의 삶을 책임져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개나 소나 다 합격해서 아주 쉽다고 알려진 공인중개사 시험도 합격률이 20%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절대평가 방식인데도 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합격을 할 만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사람까지 감안하더라도 70% 정도는 허수라고 봐도 충분한 수준이다.
법무사 시험은 훨씬 더 심각하다. 법무사 시험은 경쟁률이 64대 1이고 합격률은 1.7%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은 다 불합격이라도 봐도 된다.
그러나, 허수의 비밀을 알게 되면 걱정을 조금 덜 수 있다. 법무사 시험 응시료가 10,000원에 불과해서 일단 시험 접수만 하고 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무사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40대 중반의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퇴근 후에 제대로 공부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도 영향이 크다.
그래서 일단 공인중개사 시험부터 합격한 뒤에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계획을 짰다.
현실적으로 2개월 안에 공인중개사 시험을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법무사는 이 짓을 제1차 시험만 2년 내내 해야 합격이 가능하다.
그러니 공인중개사 정도의 시험을 2개월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법무사 시험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나는 지금도 내심 공인중개사 시험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턱걸이라도 반드시 합격을 하도록 해야 하겠다.
정치계나 법조계 인맥도 내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춘 뒤에나 찾는 것이지, 내가 해야 할 일도 다 하지 않고 뭔가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당장 급하게 필요한 자격증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와서 제1차 시험을 또 치기엔 너무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