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ING B737NG 형식 한정 취득을 위해 팀을 구성했다.
어차피 대부분의 항공사에 합격을 한다면 제트 형식 한정은 개인이 취득해야 하므로 이번 기회에 교육을 받기로 결심했다.
해외에서 자격증명을 취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국토부에서 각종 제한을 걸기 시작했기 때문에, 필요한 자격증명은 미리 취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려 6명 가량을 모집했고, 한국의 담당자에게 연락해 조건을 조율하고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기다리는 한 달 동안, 이론 공부를 모두 끝냈고 취업 준비도 그만 두지 않고 계속 하고 있었다.
각자 날짜에 맞춰 미국 라스베가스의 매캐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이제 3주 동안 훈련을 받으면 BOEING B737NG 조종사 자격증명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곳에 도착했던 6명 중, 그나마 이론 공부라도 끝내고 온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라스베가스 교육 센터는 마이애미 교육 센터에 비해 꽤 까다로운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은퇴한 백인 조종사들이 교관으로 일하는데, 같이 갔던 파트너 한 명은 결국 자격증명을 받지 못했다.
2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인데, 어째서 그 피같은 돈을 투자하면서 제대로 배워가지 않는지 의아했다.
내가 시험을 보기 전에, 만약에 떨어질 지도 모르지만 자격증명을 취득할 것인지 확실하게 수료증만 받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교관은 내게 귀띔을 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격증명을 주겠다는 의미였다.
그 교관은 교육 받을 때 내가 실수하더라도 파트너를 질타하던 사람이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교육받는 태도나 인상이나 아니면 나의 어떤 것을 보고 나에게 호감을 가진 것 같았다.
자격증명을 취득하고 귀국하자마자 한 항공사에서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특이하게도 그 공고는 이전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실제 비행기를 타서 제트 형식 한정을 취득해야 한다는 조건을 처음으로 없앤 것이었다.
나는 실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시뮬레이터로만 자격증명을 취득했는데, 이 회사에서 제시하는 조건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이 항공사는 모든 지망생들이 원하는 항공사였고, 좋은 학벌이나 특별한 인맥이 없는 나는 꿈도 꾸지 않았던 곳이었다.
나는 저비용항공사나 들어가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기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지원했다.
이 항공사에 먼저 지원했던 친구가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필기시험은 100점으로 통과했고, 실기시험과 그 뒤의 다른 전형들도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통과하여 특별히 어려웠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었다.
나는 운이 좋고 사람 복이 많은 편이다.
사람이 간절하게 배우고자 하면 하늘이 스승을 보내준다고 한다.
그것은 사람의 모습일 수도 있고, 깨달음일 수도 있다.
대학 시절, 신입생일때 도서관에 틀어박혀 혼자 어려운 전공 공부를 하며 끙끙대고 있자, 처음 보는 막 전역한 학과 선배가 시험 족보를 보여주는 것이다.
당시에는 감사의 표시로 캔 커피 정도밖에 답례하지 못했지만,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 사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온갖 봉사활동과 기부를 하고 다니기도 했다.
당시에는 타인의 도움 없이 나의 노력만으로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태드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꾸준하게 저축하여 교육비를 마련할 수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정보를 숨기지 않고 공유해주었다.
내 주변의 친구들은 나를 보며 내게 확신을 주며 내 곁을 떠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호감있는 눈으로 지켜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