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머리나 좀 식힐 겸 항공업 관련 통계를 찾아보다가 눈에 띄는 내용이 있어서 가볍게 정리해본다.
코로나19 전후로 전 세계 항공업 전반에 발생했던 일시적인 현상이 아직까지도 언급되는 경우가 있어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자 한다.
ㆍ부정성 편향
부정성 편향은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같은 양의 정보라도 긍정적 정보에 비해 부정적 정보를 더 높게 평가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비행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항공사 취업에 실패해서 비행낭인이 되기 때문에 절대로 도전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코로나19 전후로 국내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일시적으로 채용을 중단하였을 경우의 상황일 뿐,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난 지금과는 전혀 맞지 않다.
지금은 더 이상 비행낭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실제로도 비행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어려움 없이 항공사에 취업하고 있다.
위험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과정이지만, 과도한 공포로 인해 자신의 꿈과 인생 전부를 포기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비행교육비가 2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만약 실패할 경우에는 손실이 큰 것은 맞지만, 지금은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적으로 항공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이 없다.
최근에 비행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는 취업이 되지 않은 사람보다 취업이 된 사람이 훨씬 더 많고, 각종 취업과 관련된 정보들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항공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서 성실하게 공부한 사람들은 모두 큰 어려움 없이 취업에 성공하고 있으니, 불필요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는 항공사 취업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정보가 소수의 특정 그룹 안에서만 공유되었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의 경우에는 취업 정보를 얻으려고 항공운항학과 교수님이나 국내 항공사 채용담당자를 직접 만나기도 했었고, 모 항공사 사장님에게 직접 연락해서 정보를 얻기도 했었다.
비엣젯 카뎃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알아보기 위해 베트남에 있는 비엣젯 본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서 정보를 얻었던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나 또한 과도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었고, 30년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갈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눈에 뵈는 것이 없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요즘은 항공사 취업에 성공한 합격자들의 합격 수기도 블로그에 많이 올라와 있고, SNS 등을 통하여 현직자들과 연락하거나 직접 만나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게 되었다.
각 비행교육원 내부에서도 최근에 항공사에 취업한 선배들을 초빙해서 취업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니, 과거에 비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국내 항공사에서 출제했었던 필기시험 기출문제나 실기시험 시뮬레이터 프로파일도 미리 구해서 연습할 수 있으니, 성실하게만 준비한다면 대부분 취업이 되는 현실이다.
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정보는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경우가 많으니, 가급적이면 출처가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정보를 얻는 것을 추천한다.
ㆍ항공업 및 항공사 조종사 수요 현황
2023년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 선포를 해제하였다.
그 이후, 많은 국내 항공사에서는 신입 부기장을 채용하기 시작했고, 어려운 상황을 견디면서 채용을 기다리던 많은 조종사 지망생들은 결국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 중에는 이제 막 비행교육을 마친 사람들도 있었지만, 6년이 넘도록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항공사 신입 부기장 공개채용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있었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는 2019년 대비 2025년 항공 여객 수가 111%까지 회복될 것이며, 화물 수요는 5.8%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2025년 항공사 총 수익은 1조 70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익 전망치를 기존 315억 달러에서 366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2024년 전 세계 공항의 여객 수는 2023년 대비 9% 증가했으며, 2019년 대비 3.8% 증가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의 2025년 2월 여객 공급석은 2019년 대비 8.2% 증가했으며,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대수는 432대로 2019년 대비 4.3% 증가했다.
이렇게 각 기관의 조사와 통계를 보면, 항공업은 이미 회복된 지 오래이고, 오히려 그 이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전망 또한 밝다.
또한, 국내 항공사의 비행기 대수가 증가하면서 조종사 수요 또한 계속 증가하여, 신입 부기장 공개채용도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다시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이미 큰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종사 자격증명 취득자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위 통계를 보면, 2019년 조종사 자격증명 취득자는 연 1,700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연 900명 정도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고,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그리고 위 통계에서 회전익 조종사 자격증명 취득자 연 200명 정도를 제외하면, 고정익 조종사 자격증명 취득자는 연 7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매년 국내 항공사에서 신입 부기장을 채용할 때 500명 정도를 채용했었던 것을 감안해보면, 경쟁률은 보통 1.5:1에서 2:1 이내의 범위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중에서도 아무런 정보 없이 무작정 비행교육원에 등록하고,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허수 자원도 일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쟁률은 훨씬 더 낮아지게 된다.
최근에 국내 항공사 신입 부기장 공개채용 과정을 경험했던 사람이 체감했던 실제 경쟁률도 2:1 정도였다고 하니, 통계만으로도 최종 합격률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겠다.
국내 모 항공사의 채용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 신입 부기장을 채용할 때 접수되었던 입사지원서는 5,000건을 넘었었지만, 지금은 1,300건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항공사 조종사 신입 부기장에 대한 취업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레드오션에서 블로오션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물론, 조종사 자격증명을 취득한 사람들이 계속 적체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장기간 취업이 되지 않으면 취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국내 항공사 신입 부기장으로 취업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직군에 종사하면서 이미 완전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굳이 다시 항공업에 진입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중에도 꾸준히 노력하여 결국 항공사 신입 부기장으로 입사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다시 시작하기를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전체 지원자가 절반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지만 비행기는 예년과 같이 계속 도입되고 있어, 현재 비행기 대수는 2019년에 비해 18대가 더 늘어난 432대가 되었다.
비행기의 도입으로 조종사 수요는 증가했으나 조종사 자격증명 취득자는 절반이 감소했으니, 항공사 취업이 크게 어렵지 않았던 2019년 이전보다 경쟁률이 더 낮아진 것이다.
게다가, 최근 국내 항공사 신입 부기장 공개채용에서 실시한 필기시험의 난이도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바뀌어서 기본적인 내용만 공부해도 합격에 큰 어려움이 없게 되었다.
과거처럼 비행교육을 받는 동안 성실하게 공부만 잘 해왔다면 항공사 취업까지 큰 어려움이 없었던 상태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물론 그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함에 있어서 일정한 수준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수준만 갖춰두면 취업까지 큰 문제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공부해봤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기타 전문직 시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고 공부할 양도 적어서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현실은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상황에 따라 여론은 계속 바뀐다. 공무원도 박봉이라는 이유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급락한 때도 있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자 다시 공무원 시험에 몰리기 시작했다.
항공사 조종사의 경우에도 코로나19 전후로 항공업 및 항공사 취업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경쟁률이 많이 낮아졌지만, 또 언젠가 다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높은 비행교육비를 제외한다면, 다른 직업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낮은 경쟁률과 높은 취업률, 낮은 진입장벽에 비해 높은 연봉과 워라밸 등 여전히 장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비행교육을 마친 후 바로 항공사에 취업하지 못하더라도 그 조종사 자격증명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직업들도 많고, 이후에 다시 항공사 취업에 도전하여 합격한 사례들도 많다.
워렌 버핏이 한 말 중에 공포에 사고 환희에 팔아라는 격언이 있다.
주식, 부동산은 물론이고 취업을 비롯한 모든 인생을 통틀어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비행낭인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비행교육을 끝까지 마친 사람들은 이렇게 경쟁률이 낮은 환경에서 큰 어려움 없이 꿈을 이루게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오염된 정보를 계속 접하면 본인의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이용하지 말 것을 조언하지만, 사람은 자극적인 정보에 더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 등,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에만 과하게 매몰되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어서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세상을 탓하거나, 누군가를 탓하고 미워한다면 그 모든 손해는 본인이 부담하게 될 뿐이다.
만약 인터넷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다면, 그 글을 누가 쓴 것이고, 그 목적은 무엇인지, 그 주장에 대한 출처는 공신력이 있는 것인지 확인하며 자신의 미래를 계획해야 하겠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누군가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인생을 걸기엔 개개인의 삶은 그렇게 값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