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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원칙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에 관해 미리 고지하여 피의자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당황한 상태에서 경찰이 고압적으로 진술을 강요하면 사실이 아닌 불필요한 말까지 증언함으로써 졸지에 가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피의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 내가 피의자가 될 일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법은 강제성이 있으므로 모르면 당하는 수 밖에 없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


솔로몬 왕의 판단 능력과 지혜는 하느님이 주셨다.

선악을 분별할 능력, 재판 능력을 받았는데 그것을 '듣는 능력'이라고 표현했다.

성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듣는 마음이 선악을 분별한다."

기원전부터 어지간히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심증주의하에서는 사소한 증거로 사형을 선고할 수도 있고, 증거가 아무리 많아도 무죄 방면할 수도 있다.

전적으로 판사의 판단에 달렸다는 말이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자유심중주의를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자신의 이성에 어떤 인상을 주는지 심사숙고하여 스스로 묻고 또 진실한 양심에 따라 탐구하라. 그리하여 묻노니 "당신은 내면의 확신을 얻었는가?"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은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이 문장 때문에 한국 판사들은 선악을 판단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면서 피를 말린다. 인간이 못할 일을 판사가 하는 것이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판사의 최대 덕목을 '편견 없음'에 둔다. 치우침이 없다는 뜻이다. 미국 판사는 그만큼 자신을 잘 숨긴다.

옷으로는 정체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는 옷을 입고 다닐 때 중립이 된다.


우리 법원은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공판에서 증거가 현출되고, 공개된 법정에서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원칙이지만 법원은 수사기관이 얻은 정보는 '오염된 정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다.

대신 얼굴 똑바로 들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진술은 공판정에서 한 거라는 이유로 후한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다.


공판에서는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얻은 자백 등을 질이 나쁜 증거라고 한다.

사실인정에 유용한 정보는 폭넓게 수집해야 한다.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 때문에 항소하면 형량이 최소한 높아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피고인 입장에서는 최소한 높아지지는 않으니까 항소하는게 당연하다.

무죄면 검사가 항소한다. 수사 결과 기소가 되었다는 것은 범죄 혐의를 입증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래서 무죄가 올라가서 유죄가 될 수도 있다.


1심에서는 동네 판사를 만난다. 2심 판사보다 직급이 낮고 기수도 낮다.

2심에서는 조금 더 큰 동네 판사를 만난다. 1심에서 이미 한 것을 2심에서 번복할 수도 있다. 거의 새로 하는 속심도 가능하다.

마지막에는 대법관을 만난다.

돈을 더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구속 피고인은 구속된 시간 중 많은 부분을 형기에서 빼준다. 형량이 높아지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러니 2심으로 안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소율을 줄이기 위해 판사는 검사, 피고인의 눈치를 보면서 형량을 타협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구속으로 인한 폐혜가 너무 심각해서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법으로 정했다. 불구속이 원칙이고 구속이 예외이다.

그 이후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꾸준히 25% 정도는 기각한다. 이 비율이 꾸준히 유지되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쓰려고 영장 청구 자체를 줄인다.

예전 같으면 구속될 피의자들의 영장이 기각된다. 영장이 안나올 것을 뻔히 알아도 허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한다. 25%를 채우기 위해.

이런 불구속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피의자들이 의기양양하게 돌아다닌다.


증인신문에 한 사람만 20분 씩 쳐도 증인 신문에만 며칠이 걸리는데, 판사는 한 달에 최소한 50건 이상은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증인 한 명 신문하고 한 2주일 후에 다시 기일을 잡으면서 띄엄띄엄 가는 재판이 우리나라 재판이다.

그래서 재판이 수 개월은 기본이고 1년 이상 걸리는 것도 있다.

심증이 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져서 나중에 다시 기록을 봐도 가물가물하다. 한 달 지나서 다시 심리를 계속하면 처음과 별로 차이가 없다.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에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는 기록을 송부받은 날로부터 4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을 법원조차 지키지 않는다. 정확히는 실정에 맞지 않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금액이 크면 형량도 커진다. 50억 이상 횡령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50억이 상한선인데 1,000억 원, 1조 원이 넘어가도 형량은 똑같다. 아무리 크게 횡령해도 집행유예 5년이다.

그러니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것이다.


2008년 부터 2010년 까지 국민참여재판에 회부된 총 321건 중 배심원 평결과 법관 판결은 91% 일치했다.

양형 의견도 배심원과 법관의 결론이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재판은 지식이 아니라 상식에 따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검사는 옷을 벗고 나서도 변호사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위에서 수사하지 말란다고 해서 수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검사 → 검찰총장 → 법무부 (외청) →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한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이 직접 평검사를 지휘할 수는 없다.

수사의 주체는 말단에 있는 평검사인데, 외부에서 압력이 들어오면 그만두는 게 아니라 더 파고드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어떤 사건이 떨어지든 냉철한 법리 판단을 통해서 기소, 불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제 마음대로, 원 없이 부려먹지 못하는 게 판사고 검사이다.


싸우는 것이 정치이다.

정치는 여론 싸움이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국민을 설득하는 싸움을 하는 것이다.

이기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지면 국민들이 등 돌리는 것이다. 져도 끝이 아니다. 새로운 정책을 내서 여론을 돌리면 된다. 그게 정당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그냥 헐뜯고 비아냥거리는 게 일이다. 룰도 없고 욕 하다가 해결방법이 없으니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를 해댄다.

고소장을 보면 그럴듯하게 범죄가 되는 것처럼 꾸며져 있으니 검찰은 또 수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위를 차지하는 것은 오랜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후라야 한다.

때가 있고, 적임자가 있다. 조직에서 자리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 조직이 정하는 것이다. 조직이 하는 일 중에 내 마음에 드는 일보다는 안 드는 일이 더 많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일어난 사건은 원래 서울중앙지검이 맡아야 하는데, 지검 특수부는 외압을 차단할 힘이 없어서 대검 중수부가 맡기도 한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중요한 인사를 앞둔 사람인데 수사 잘못했다가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올라갈 자리가 없는 대검의 검찰총장이 민감한 사건을 맡는다.

눈치 볼 이유가 없다. 2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니 책임지고 수사를 맡는다. 그의 수사팀이 중수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을 대검 중수부에서 맡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중수부가 위험한 이유는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특가법상 뇌물이 안되면 사기로, 사기가 안되면 횡령으로, 횡령이 안되면 배임으로.

그렇게 해서 맡은 사건의 무죄율이 30%가 넘는다. 보통 형사사건의 무죄율은 2%도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은 제195조로 시작한다. 제2편 제1심 제1장 수사.

제195조 [검사의 수사]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수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법의 통제가 시작되는데, 체포, 구속, 압수, 수색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수사를 시작하지 않고 증거를 찾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내사라고 한다. 정식 사건으로 등록도 안되어 있으니 별 것 없으면 그냥 접으면 되니까.


'PD수첩' 사건에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것은 피해자들이 여러 건 고소장과 진정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수사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등은 대부분 허위임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D수첩' 사건이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언론의 자유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소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여 시작된다. 그런 다음에 결론이 나면 검찰로 송치된다.

최종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검사다. 검사가 기소, 약식기소, 불기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불기소를 하게 된다면 고소인이 가만히 있지 않고 고등검찰청에 이의 신청을 하는데 이것을 항고라고 한다.

만약 고등검찰청도 고소인의 뜻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으면 대검찰청에 이의신청을 하는데 이것을 재항고라고 한다.

그마저도 되지 않으면 고소인은 헌법소원을 냈다.


경찰은 도시문명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도시에 사는 데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법이다. 법이 있기 때문에 경찰이 존재한다. 경찰을 못 견디겠으면 도시를 떠나야 한다.

경찰은 도시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 경찰의 이미지를 무너뜨린 것이 정치인들이다. 시위 진압에 동원하고, 길에서 밥을 먹게 하면서 권위를 무너뜨렸다.

경찰이 그렇게 당하는 순간 사람들은 이 도시 자체를 우습게 알기 시작한다. 법과 질서를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대한민국은 아는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호감과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이 공존하는 사회다.

외국도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아는 사람은 당연히 아는 척을 하지만 그렇다고 아는 사람한테 무조건 너그럽지는 않다.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고 하지만 대놓고 인상을 쓰지는 않는다.

아는 사람을 잘 봐주려고 해도 룰이 너무 많다. 법률 뿐만이 아니라 자율규제도 많고 윤리규정도 많다. 내부규율도 엄격하다.

그런 것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데 공정성을 보장한다. 그게 결정적인 차이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무례하게 대하지 않고 의사만 합치하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게 갈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도 계약관계로 묵이지만 아는 사람의 관계보다 끈끈할 수 있다. '신분에서 계약으로'란 바로 그런 계약의 힘을 표현하는 말이다.


대한민국 법은 너무 느슨하다. 재량의 여지가 많아서 허가 내줘도 되고 내주지 않아도 된다.

아느 사람이 그걸 파고 들어온다. 아는 사람에게는 후하게 대해도 문제가 없다. 아는 사람끼리 재량권을 이용해 먹는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는 아는 사람이 중요하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포악한 군주가 있고 죄수를 불태워 죽이는 나라는 얼마나 즐거울까요." 송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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