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이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을 계속 해왔는데,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도 조종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어서 정리가 한 번 필요한 것 같아 작성한다.
여기에 쓰인 내용들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주변 조종사들의 의견까지 종합하여 최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아무쪼록 이 직업에 관심이 있거나, 주변에 조종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ㆍ출근과 퇴근, 휴무일(DAY OFF)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조종사(운항승무원)는 출근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부여된 스케줄에 따라서 비행하기 때문에 새벽 3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저녁 9시에 출근하기도 한다.
한 번 출근하면 2주 뒤에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짧으면 새벽에 출근했다가 당일 오후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아무리 짧아도 비행을 준비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하루에 최소 12시간에서 최대 20시간까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 패턴이나 바이오 리듬이 망가져서 날짜나 시간을 착각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만약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무단 결근으로 처리가 되고 근처의 다른 조종사를 불러 출근시킨다.
이런 경우에는 운이 굉장히 좋으면 경고 정도의 징계로 끝나지만 심할 경우에는 권고사직이나 해고까지 당할 수도 있다.
평소에 지각이 잦거나 시간 약속에 대해 엄격하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힘들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실제로도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직장인들과 다르게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특이한 근무 형태로 인해 장점과 단점이 상존한다.
일하는 시간대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관공서에서 여유롭게 업무를 볼 수도 있고, 가족이 있다면 퇴근 시간에 마중을 나가거나 아침밥을 차려줄 여유도 생긴다.
반대로, 명절이나 공휴일에 가족 모임을 가지기 어렵고 일반적인 직장인 친구들과도 만나기 어렵다. 보통 다른 사람들이 쉴 때에도 일하기 때문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자기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술, 야식, 게임으로 매일 밤을 새는 등 생활이 망가질 수도 있다.
자주 밤을 새는 직업이기 때문에 생활 패턴이 깨져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꽤 많고, 크고 작은 지병을 달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규칙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본인에게 중요하다면 이 직업은 선택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이것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평범한 삶은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족이나 애인과 함께 보내는 따뜻한 주말은 거의 포기를 해야 한다.
휴무일은 기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한 달에 8일 정도를 쉴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한 달에 9일에서 10일을 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한 달에 9일에서 10일을 쉰다고는 하지만, 귀국 후 시차 적응 및 피로를 회복한다는 점까지 고려해보면 쉬는 시간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소형기 조종사의 경우는 대부분 주 5일 출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밤샘 근무도 포함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다.
대형기 조종사의 경우는 한 달에 4번만 일하면 되니까 워라밸이 좋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4번을 일하는 것이지 4일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밤을 새며 20시간 연속으로 일하고 해외에서 하루 쉰 뒤에 다시 밤을 새며 20시간 연속으로 일하고 금요일 새벽에 퇴근하게 된다.
시차 적응을 위해 하루 정도는 쉬어야 하니, 금요일 하루를 쉬면 사실상 주 5일 일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지게 된다.
당연히 공휴일에도 쉬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주말과 공휴일에도 쉬는 것을 감안해보면 큰 차이가 없거나 더 많이 일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휴일의 개수로만 보더라도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일하는 시간이 훨씬 더 적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비행 대기(STANDBY)라는 개념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회사의 일정한 장소나 지역에서 군대의 5분 대기조처럼 비상대기를 하는 것이다.
어떤 사유로 인해 조종사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에는 즉시 전화를 받고 당장 공항으로 출근하거나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즉시 출동해야 한다.
집에서 쉬면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만약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단 한 번이라도 즉시 받지 못한다면 무단결근으로 처리가 되어 징계를 받게 된다.
쉬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더라도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먹던 밥을 치우고 바로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도 밤 11시 50분, 새벽 4시 30분에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갑작스럽게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들의 많은 배려가 없다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고, 가족들과 갈등이 생기기 쉽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친구나 가족과 함께 놀러간다던가,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 뵙는다던가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 주변 사람들이 이해를 해줘야 한다.
특히, 집에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혼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분명히 포기해야 한다. 인생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제대로 돌봐주기 어렵다.
ㆍ비행시간과 비행근무시간
실제로 비행기가 공중에 떠 있었던 시간을 비행시간, 그 외의 나머지는 비행근무시간이라고 한다.
기종에 따라 편차가 있는데, 평균적으로 한 달에 60 ~ 80시간 정도를 비행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많으면 100시간에 달하기도 한다.
한 달에 약 200시간 정도를 일하는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얼핏 보기엔 조종사들이 굉장히 적게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비행시간에는 비행을 준비하거나 기내에서 대기하는 시간 등, 다시 말해 비행기가 움직이지 않는 동안의 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조종사가 비행기나 공항 내에서 7시간을 대기하다가 이륙 후 2시간 뒤에 목적지에 도착한 경우에도 비행시간은 정확히 2시간만 인정된다.
그리고 급여 또한 비행시간에 따라서 지급되기 때문에 2시간 만큼의 급여만 지급받게 된다. 나머지 추가된 7시간은 비행시간에 반영되지 않는다.
공항에서 서류를 확인하는 시간, 비행기에서 비행을 준비하는 시간, 출발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는 시간 등의 경우도 비행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 달에 비행시간이 50시간이라고 해서 정확하게 50시간만 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비행시간이 아니라 비행근무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니, 한 달에 약 200시간을 일하는 일반적인 직장인들과 근무시간이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많기도 했다.
오히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주말에도 출근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근무강도가 더 높은 경우도 있었다.
단,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회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예상 범위 내에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물론 갑작스럽게 비행 스케줄이 발생해서 일을 하러 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잦은 편은 아니다.
항공법에는 조종사의 피로도를 고려하여 연속해서 비행할 수 없도록 연간 최대 비행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항공사나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소형기 조종사가 연속으로 근무하는 날은 대개는 길어야 나흘 정도이고 보통 이틀이나 사흘 정도를 일하고 하루 정도를 쉰다.
대형기 조종사는 한 번에 10시간 이상 비행을 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은 편이고, 시차 적응과 고고도 비행으로 인해 우주방사선에 의한 영향도 크게 받는다.
이런 이유로 일부 대형기 조종사들은 1년 내내 정신이 몽롱한 상태라고 말하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도 대한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젊은 조종사가 불규칙한 근무 및 우주방사선의 영향 등으로 인해 과로 및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사건도 있었듯이 말이다.
다른 직종에서도 이렇게 암에 많이 걸리는지 모르겠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암에 걸리거나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공휴일이나 명절 등, 다른 사람들이 모두 쉬는 기간에 같이 쉬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어느 정도는 포기를 해야 한다.
연말, 명절, 공휴일에 미리 휴가나 스케줄 조정을 요청해도 반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절에 친척이나 부모님을 찾아 뵙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연봉이 조금 많아 보인다는 이유로 이 직업을 선택한다면 후회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ㆍ조종사의 업무와 평가
조종사는 말 그대로 비행기를 이륙시키고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일이 주된 업무다.
비행기의 엔진이 꺼지거나, 기내에 불이 나거나, 승객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비행기가 피랍되는 상황도 포함된다.
그 모든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능숙하게 처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평가에 통과하지 못해 해고될 수 있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아무런 피해 없이 조치를 했더라도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영화 '설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상황에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 공부를 끊임 없이 매일 해야 하는데, 그렇게 공부를 해도 빈틈이 발견되기도 한다.
항공사 조종사는 일반적인 회사원처럼 오늘 퇴근하면 그 날 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퇴근 후에도 업무는 24시간 계속 돌아가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한다.
물론, 별도로 공부할 시간이 부여되지는 않기 때문에 쉬는 날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공부해야 한다.
어제까지는 정답이었던 것이 오늘부터는 오답이 되기도 한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로 바뀐 부분을 놓친다면 규정 위반으로 해고될 수도 있다.
왜 이렇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느냐면,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이 작게는 4억 2천만 원부터 많으면 100억 원까지 항공사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조종사의 크고 작은 위반행위로 인해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으니, 예민하고 신중하고 엄격하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항공사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조종사에게 책임을 묻는다. 영화 '설리'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무조건 규정대로만 움직여야 뒷 탈이 없고, 조종사들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있으니 같은 동료라고 무조건 믿을 수도 없다.
항공사 조종사는 매년마다 최소 3회 이상의 평가를 본다.
이 평가에서 단 한 번이라도 평가 기준을 넘지 못하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데, 만약 또 탈락하면 권고사직이나 해고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2년 내, 이 평가에 통과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10여명이 넘는다. 절대로 없는 일이 아니고 남의 일도 아니다.
평가 비행이 아닌 일반 비행에서도 크고 작은 실수가 발생하면 회사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만약 그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면 곧바로 해고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정지선을 살짝 넘어도 크게 문제가 안 되지만, 비행기는 정지선을 조금이라도 넘을 경우에는 굉장히 큰 사고라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매일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국제선의 경우에는 비행기를 점검 후 이륙하여 순항 단계에 이르면 그 뒤로는 크게 바쁜 부분은 없고 주기적으로 계기만 잘 확인하면 된다.
국내선에 비해 순항 비행시간이 길어서 비교적 여유가 조금 있는 편인데, 이 때 식사를 하면서 느긋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푹 쉴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종종 돌발상황이나 항로 변경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겨우 스트레칭이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 밖에 없다.
국내선의 경우에는 굉장히 바빠서 식사 시간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5분 내에 식사를 마치고 다음 비행을 준비해야 한다.
국내선과 국제선은 조종사의 성향에 따라 선호도가 나뉜다. 개인적으로는 바쁘더라도 저고도에서 낮에 비행하는 국내선을 더 선호한다.
조종사의 업무 중에서 가장 큰 오해가 있는데, 비행기는 모두 자동으로 비행한다는 것이다.
조종사들이 비행기는 모두 자동으로 운항하니 편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깊게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러는 것이지, 실제로는 100% 수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서 말하는 자동이란 자동차의 크루즈 컨트롤 수준에 불과한데, 이걸 두고 자동차가 모두 자동으로 주행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비행은 절대로 편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지더라도 오작동을 하는 것이 비행기이고, 그걸 관리하는 것이 조종사가 하는 일이다.
당연하게도, 비행기의 오작동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최종적으로는 모두 조종사가 책임지고 처벌을 받게 된다.
ㆍ해외 여행과 무료항공권
항공사의 직원이나 조종사라고 하면 전부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는 줄로 오해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주변 동료들을 보면 대개는 입사 초기에는 여행을 가보려고 시도하지만, 보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이나 집 안에 틀어박히게 된다.
매년마다 본인이나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항공권이 몇 장 나오긴 하지만, 아무도 여행을 가지 않는 비수기에나 겨우 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방학기간이나 공휴일에는 거의 사용하기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항공사 직원 가족들에게 주는 티켓은 언제든지 쓸 수 있는게 아니라, 해당 항공편에 좌석이 팔리지 않고 반드시 남아 있어야만 탈 수 있다.
남은 좌석을 미리 확인할 수도 있지만, 남은 좌석이 있는 것을 미리 확인했음에도 막상 탑승 직전에 좌석이 다 팔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지역은 비행기에 남은 좌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여행 자체가 갑자기 취소된다거나 가족과 따로 떨어져서 가는 경우도 많다.
원하는 장소와 날짜를 골라서 여행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차라리 여행을 가지 않거나 다른 항공사를 이용해서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았다.
취소가 불가능한 호텔이나 교통편을 예약한 경우에는 말 그대로 돈을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조종사 본인에게는 매년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티켓이 한 장 나오지만, 성수기에는 사용할 수 없고 상황에 따라 이코노미석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인 시간도 많고 좌석이 나올 때까지 공항에서 계속 기다려도 상관없으니 해외 곳곳에 다녀오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 외에 항공사의 일반 직원들도 해외 항공사와의 협약을 통해 약간 할인을 받아 비교적 저렴하게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여행을 자주 다니는 조종사들도 있기는 하지만, 원래부터 경제적인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만약 해외 여행을 목적으로 조종사가 되겠다고 한다면, 차라리 대기업, 전문직, 사업 등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승객으로 편하게 누워서 가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직원이 아닌 손님으로서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에 편하게 누워서 여행하면 시차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ㆍ레이오버와 가정생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종사들이 국제선 비행으로 해외에 도착하면 며칠씩 여행을 다니며 놀다가 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비행기 기종마다 다르지만 소형기 조종사의 경우 거의 대부분은 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 시간 뒤에 그 비행기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대형기 조종사의 경우는 체류지에서 며칠 쉬는 경우도 있지만, 귀국 후 시차 적응을 위해 충분히 쉬어야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많이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말 그대로 쉬는 시간이기 때문에, 호텔에 도착한 뒤 8시간, 비행기가 뜨기 전에 8시간은 반드시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소형기 조종사의 경우에는 보통 하루 정도를 해외에서 보낸다.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면 보통 새벽 3시 정도가 되기 때문에, 도착 후에는 바로 씻고 잠을 자거나 시차 적응을 위해 다음 날까지 버텨야 한다.
휴식 후 잠깐 식사를 하고 다음 날 비행을 위해 다시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 가능한 여유시간은 많아야 5시간 정도였다.
그런데, 다음 날 새벽 2시에 다시 출근을 하려면 한국 시간으로 오후 2시 정도에는 잠에 들어야 하는데, 시차로 인해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호텔 밖으로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지만, 익숙해진 뒤에는 간단히 식사만 하고 들어오거나 전혀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대형기의 경우에는 길면 2주 정도를 해외에서 보내기 때문에 가정생활이 쉽지 않다. 가족의 많은 배려심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한번 출근을 하면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 각 나라를 계속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면 2주가 지나 있는데, 그동안은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
조종사가 남자의 직업이라고 하는 이유는 체력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통적인 한국 사회의 역할 구분 때문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해외에서 2주를 보내고 3일 정도 쉬다가 다시 2주를 해외에서 보내는 것과 아버지가 그렇게 일하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가족과 육아, 자식의 정서 발달을 위해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가정에 별로 관심이 없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말이다.
그만큼 집을 비우는 일이 많기 때문에 비행이 끝나면 집을 비운 만큼 가정과 육아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래도 한 명이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남아있는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에는 집에 있는 사람이 육아와 집안일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조종사 본인은 며칠간 해외로 나가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겠지만, 집에 남은 사람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친정, 시댁, 육아까지 전부 다 혼자 책임져야 한다.
계속 집을 비우다보니 아이들과 관계가 서먹해져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으니, 무엇을 우선 순위로 둘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하겠다.
대형기 조종사의 경우에는 비행을 다녀왔더니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생활 패턴에 적응하기 어려웠으나, 그래도 본인 의지에 따라 일반 직장인에 비해 비교적 시간을 내기 쉬울 수도 있었다.
얼핏 보면 비교적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개인 시간이 많아 보일 수도 있는데, 이 개인 시간은 비행 전후로 피로 회복에 사용해야 하는 시간이다.
종종 동네 백수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 매일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출몰하니 백수인 줄 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들이 쉬거나 자고 있는 주말이나 밤에 일하고 낮에 쉬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여가시간을 피로 회복에는 적당히 사용하고 나머지는 자기계발이나 운동을 하거나 자기 사업체를 관리하기도 한다.
본인이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이건 일반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일반 직장인들도 대부분은 퇴근 후에 운동이나 영어공부 등의 자기계발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은 거의 비슷하겠다.
국제선 뿐만 아니라 국내선도 각 지방의 공항 근처에서 하루 이상 체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말을 하면 마치 여행이라도 가는줄 알고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말 그대로 업무상 출장을 가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호텔에서도 다음 날 비행을 준비해야 하고, 그 다음 날 비행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밤새 놀 수도 없어 일찍 자야 한다.
매일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돈도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실망감이 클 수도 있겠다.
ㆍ직업 안정성과 위험성
지인 중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한국항공대학교에 들어갔다가, 평생 동안 계속 공부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도중에 그만 둔 사례도 있다.
회사에서 진급하는 것처럼 더 나은 직책이나 직급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차원의 공부가 아니라,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공부이다.
조종사는 의사처럼 스승의 경험을 전수받아 지식을 쌓는 도제식 교육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매일 공부해야 할 것이 생긴다.
만약 공부를 게을리 하거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위 사진처럼 짐짝 취급을 받는 일이 생기며, 심한 경우에는 해고될 수도 있다.
부기장과 기장이 하는 일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단지 그 책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결정권이 없는 것이지, 하는 일이 다른 것은 아니다.
상당한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직책에 관계 없이 모든 책임을 똑같이 부담하게 된다.
꾸준히 자기관리를 하고 공부에 소홀히 하지만 않으면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에 큰 문제는 없으나, 변수는 늘 발생한다.
건강 악화나 불미스러운 사건들, 갑작스러운 상황에 따른 부적절한 대처로 인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비록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정신이 깨어있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
건강 악화나 사고로 인해 갑자기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 등에 대비하기 위해 LOL(LOSS OF LICENSE), LOI(LOSS OF INCOME)이라는 제도가 있다.
갑작스럽게 직업을 잃거나 징계를 받을 경우, 생계 유지를 위해 일정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직업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이다.
참고로 이 제도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민간조종사협회에서 만든 제도로서 별도로 가입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규직 회사원, 공무원, 전문직처럼 안정적인 직업들은 이런 제도가 없지만, 조종사들은 언제 일을 그만두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제도가 존재한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이런 제도의 지원을 받는 조종사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주변 조종사들을 보면 업무 이외에 다른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이 많다. 이미 개인 사업체를 가지고 있거나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일반 직장인에 비해 직업 안정성이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다른 일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미 노후 준비를 마친 조종사들은 주로 골프나 테니스 등 운동을 하고, 그 외 대부분은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자산을 축적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ㆍ건강 관리와 근무 환경
밤을 새거나 새벽에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등, 정해진 패턴이 없다보니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매일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하고 체력 관리를 해두지 않으면 쉽게 피로해져서 일하기 힘들어지거나, 염증이나 피부병 등의 면역계 질환이 종종 발생한다.
주로 우주방사선과 밤샘 근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암 발병률도 일반인에 비해 2배 정도 높아, 평소에도 건강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항공사 조종사와 승무원은 일반인의 80배, 원자력발전소 근무자나 병원의 방사선사보다 10배 많이 방사선에 피폭된다.
방사능은 절대로 안전한 범위가 없다. 일단 아주 극미량이라도 방사선에 노출되면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암 발생 등의 이상이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보통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인 모를 질병이 하나씩 발생한다고들 한다. 흔하게는 알러지부터 혈액암, 갑상선암, 백혈병 등이 발병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것들은 방사선 피폭에 의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이며, 설사, 탈모, 피로, 구내염, 면역력 저하 등도 방사선 피폭 증상 중의 하나다.
실제로도 주변에서 혈액암, 위암, 백내장, 각종 알러지, 목이나 허리 디스크 등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거나 회복을 위해 장기간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인에 비해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 암보험이나 생명보험은 무조건 하나 정도는 가입해둬야 한다.
참고로 항공사 조종사의 보험 위험등급은 2등급으로서 고위험 직군으로 분류되어 보험료가 높게 책정된다.
1등급은 오토바이 운전자와 헬리콥터 조종사이며, 항공사 조종사는 2등급 중에서도 건설현장 인부나 군인보다 고위험 직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보험사마다 세부 기준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고위험 직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위험한 직업이고 상해를 입을 위험도 높다는 말이다.
고정된 자세의 근무 환경으로 인한 목과 허리 디스크, 우주방사선과 밤샘 근무에 의한 높은 암 발병률, 불규칙적인 생활로 인한 건강 악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그래서 보험료가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2배 정도 높다.
항공사 조종사는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기 때문에 허리에 부하가 많이 가게 되므로, 강도 높은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을 정도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오랫동안 고정된 자세로 앉아 있다보니, 목이나 허리 디스크에 걸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우주방사선과 밤샘 근무로 인해 급성백혈병에 걸리거나, 심한 피부병에 걸리거나, 암과 같은 질병으로 인해 퇴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중장거리 비행의 경우에는 기내의 별도의 공간에서 몇 시간 단위로 교대하며 휴식을 취하는데, 비행기 소음을 계속 들으면서 잠을 자야 한다.
비행기 기내 소음은 75DB로 진공청소기 소음과 동일한 수준인데, 마치 침대나 소파 옆에 진공청소기를 켜두고 잠을 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잠을 잘 수 없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렵고, 피곤한 상태에서 다시 비행을 하면 실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소음 제거 기능이 있는 헤드셋이나 이어폰은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녀야 한다.
교대근무(야간비행)는 2급 발암물질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강도 높은 운동을 매일 해야 하고,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
보통 당직근무는 근무 중에 쉬거나 졸기도 하지만, 야간비행은 아침에 해가 뜰 때까지 또렷한 의식으로 완벽하게 깨어 있어야 하므로 그 강도가 다르다.
지금까지 발표된 각종 논문이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상에서 일하는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평균 수명이 20년 정도 짧다는 것이 공식적인 견해이다.
국내외 기관 등에서 조사한 항공사 조종사의 평균 수명은 67세이며, 실제로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50세 이전에 퇴사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근무 환경으로 인해 조종사와 승무원에 대한 산업재해 판정도 받았으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현재까지 축적된 데이터와 주변 사례들을 보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이 많으니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는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일반 직장인들보다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하기는 더 어려우니, 결국 본인이 관리하기 나름인 것 같다.
ㆍ조종사 급여와 자기 계발
부기장의 급여는 간단하게 말해서 세전 초봉 1억 원 정도이지만, 과세표준 구간을 초과해서 세금으로만 35% 이상 공제되어 실수령 급여는 보통 수준이다.
옛날에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비해 연봉이 꽤 높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지 오래 되었다. 노동 강도에 비하면 오히려 더 적다는 말도 있다.
지금은 의사 등 전문직을 모두 제외하고도 항공사 조종사보다 연봉이 높은 일반적인 기업이 150개가 넘는다.
앞으로도 물가 상승에 맞춰 연봉이 상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로 다른 직종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종사가 되기 위해 사용한 비용교육 비용 등의 기회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같은 또래에 비해 약 5억 원 정도의 손실을 입은 채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연봉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니지만, 비행기가 이륙 후 착륙 전까지는 잠깐이라도 편하게 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인 직장인처럼 별도의 식사 시간도 제공되지 않아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업무를 봐야 하며, 많이 바쁠 때에는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있었다.
마치,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루 종일 공부를 했다고 말하더라도 실제로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을 측정해보면 그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항공사 조종사의 경우는 일하는 모든 시간이 실제로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무직보다 일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알다시피, 비행기 안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불가능해서 개인적인 일을 할 수도 없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다.
그렇기에, 만약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안정적으로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차라리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고민하거나 전문직 공부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사용한 최소 2년 이상의 시간과 1억 원 가량의 돈, 그동안 벌 수 있었던 급여 등의 기회비용까지 고려해보면 생각보다 남는 것이 거의 없다.
만약, 연봉 5천만 원을 받던 사람이 퇴직 후에 비행교육을 받아 항공사 조종사로 입사한다면, 그동안 발생한 5년간의 총 기회비용은 4억 7천만 원으로 계산된다.
대출을 받아 비행교육을 받은 경우에는 보통 대출금 상환에 3년 정도 걸리니, 또래 직장인들에 비해 자산 형성이 훨씬 늦어져서 결혼도 늦게 하는 편이다.
일부 항공사 조종사들은 쉬는 날에도 아르바이트나 배달대행, 대리운전을 하기도 하는데, 다 이런 이유가 있다.
요즘은 중견기업이나 공기업에만 취업하더라도 초봉은 약간 낮지만 연봉 상승률이 높아, 몇 년만 지나면 항공사 조종사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을 받게 된다.
그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고소득인 전문직을 찾는다면, 비행교육 비용의 20% 정도만 사용해도 로스쿨을 통해 높은 확률로 변호사가 될 수도 있다.
항공사 조종사가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른 직군의 연봉도 반드시 함께 비교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몇억 원이 넘는 돈과 몇 년의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다른 직군과 비교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는지 말이다.
항공사 조종사가 기장 이상으로 진급하여 임원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워낙 극소수라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
물론 조종사가 사무직까지 겸직하는 경우에는 연봉이 추가로 5천만 원 이상 크게 오르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그 수가 많지 않다.
그 외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년으로 퇴직하는 날까지도 현장에서 뛰는 실무자로서 일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부업이나 부가적인 수익을 가지려고 한다. 보통 주식이나 경매로 땅이나 건물을 매입해서 차익을 내거나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어떤 항공사의 조종사는 입사 후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해서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 대기업 직장인들은 경력이 쌓이고, 전무나 부사장 등의 임원으로 진급하면 연봉으로 20억 원 정도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조종사는 보통 경력이 아무리 많이 쌓여도 연봉 1억 5천만 원 정도가 한계이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과 수준을 맞추려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실질적으로 계약직인 조종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다른 직업이나 수입원을 만드는 조종사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제2의 직업이나 사업을 준비하지 않으면 연봉 상승이나 노후를 준비하기 힘들고,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단 한 가지 밖에 없다'는 식의 경직된 생각으로 심리적 압박에 의해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을 '터널비전 현상'이라고 한다.
내가 바라는 것 단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 위험한 병폐이다. 이 직업 말고도 대체할 수 있는 선택권이 많아지면 여유가 생기고 생각이 넓어진다.
다른 일에도 관심을 가진다고 본업에 소홀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본업에서 잠시 떠나 머리를 식히면서 재정비할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도 본업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테크나 부동산, 사업 등 부가적인 수익을 노릴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자기 계발 기회가 많다.
따라서, 단순히 급여만 볼 것이 아니라, 시간을 잘 활용한 부가적인 수익도 감안한다면 본업을 뛰어넘는 소득을 얻을수도 있다.
자기 직업 한 가지에만 충실하라는 이야기는 이미 옛날 이야기다. 시대가 변해도 한참 변했으니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어떤 직업이든 도태되기 마련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 내 주변 사람들 중에는 본업만 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ㆍ직업 만족도와 노동 강도
항공사 조종사는 비행 스케줄에 따라 근무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만 근무하는 교대근무보다 육체적으로 노동 강도가 더욱 높다.
어제는 시차가 4시간 빠른 곳으로 비행을 했다가, 내일은 시차가 4시간 느린 곳으로 비행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생체 리듬이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비행기가 고고도로 상승하면 낮은 기압으로 인해 신체 내부의 공기들이 팽창하여 혈관이나 관절 등에 부하가 생겨 염증이 쉽게 발생하기도 한다.
시차 적응, 야간 근무, 열악한 환경, 우주방사선 피폭 등으로 인해 신체적인 부담이 상당하여, 크고 작은 병이 생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시차가 많이 나는 국가에 여행을 다녀온 후에 갑자기 몸살이 나던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항공사 조종사에게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러한 높은 노동 강도로 인해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의 안정적인 직장에서 퇴사 후,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이직한 사람들은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주변에서 듣기로는 항공사 조종사는 자동으로 조종되는 비행기를 타면서 쉽고 편하게 많은 돈을 버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돈을 받지 않고도 비행이라는 일을 하겠다는 정도의 의지가 아니라면, 생각보다 많이 힘이 드는 직업이고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가 많은 편도 아니다.
만약 조종사의 노동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실제로 체험해보면 된다.
김포에서 제주, 제주에서 김포까지 연달아 4번 비행을 3일 연속으로 해보거나, 미국이나 유럽까지 단 한숨도 자지 않고 비행해보면 된다.
물론 그동안 계속해서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어야 하며, 앉은 자리에서 계속 고정된 자세로 가만히 있어야 한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2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웬만한 체력으로는 버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에 추천할 수 있는 직업이냐고 묻는다면,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답변이 다를 것 같다.
집에 있는 것보다 외부활동을 더 좋아하는 활동적인 성격, 매일 밤을 새더라도 조금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 강철같은 체력이라면 적성에 잘 맞을 수 있다.
반대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내향적인 성격, 밤에는 잠을 자야 피로가 풀리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체력적으로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직업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마음 편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런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규칙적인 생활이나 건강,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직업을 추천한다.
사회적 지위도 거의 없는 편이고, 노동 강도에 비해 연봉도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본인이 가치관을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이 직업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 같다.
외부에서 보는 이 직업에 대한 평가와 이 직업을 직접 겪어본 사람들의 내부적인 평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현직자들에게 직접 물어보길 바란다.
이 직업에 대한 어떤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서 뛰어든다면, 어려운 과정을 마친 뒤에 마주친 현실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지는 조종사들의 화려한 모습들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원래부터 화려한 삶을 살던 극히 일부의 모습에 불과하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을 집필한 조던 피터슨 교수는 삶의 의미는 가치 있는 일을 책임지고 해내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일반 회사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일을 하는 것에 비해 책임 소재가 명확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책임 또한 분명하게 져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또 단점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직업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덧글이 많아 하나씩 덧붙이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직업 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지는 연출된 화려한 모습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현실도 함께 보고 올바른 판단을 하였으면 좋겠다.
일단 발을 들이면 매몰 비용이 상당히 큰 직업이라 도중에 그만두기 어려우니, 시작하기 전에 수십 번은 생각해보고 준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