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나쁜 것이 아니다.
누구나 내면에 어떤 것을 바라는 욕망이 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경제학적 측면에서도 사람들은 고객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떠한 상품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이익 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욕심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 경제의 발전이 이루어지며, 그 발전의 부산물로서 불특정 다수가 혜택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욕심과 욕망이 과해져서 스스로를 집어삼키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고,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시야가 좁아져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된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타인의 감정은 고려하지않고 욕망만이 남는 괴물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나 사기범죄공화국이 된 것은 결코 오명이 아닌 사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그 경험담을 써보고자 한다.
매년마다 개의 해라던가 닭의 해라던가 병신년이라던가 이름이 붙는데, 나에게도 그런 것이 존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맞이한 공부의 해부터 시작으로 비행, 학벌, 금융 등 그 해에는 유독 그런 일이 엮이는 일이 잦게 되었다.
개미지옥같은 군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나는 진정한 사회의 쓴맛을 보지 못한 세상물정 모르는 보기좋은 살찐 먹이였다.
한 모임에서 알게된 친구는 실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만나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고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변호사의 말을 빌리자면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사기였다.
경매를 통해 시세의 절반도 안되는 금액에 토지를 매입해서 개발한 후 되파는 형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합법적이고 논리적이다. 대부분의 토지 투자, 나쁘게 말하면 땅 투기는 이런식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취업 준비를 해야하기에 친구의 사업을 조금 도와주는 정도였는데,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져서 20대의 나이에 자신의 명의로만 15억 원이 넘는 규모의 땅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빚이 15억 원 이겠지만 말이다.
원리는 간단했다.
초기 투자금으로 1억 원을 빌려주면서 본인 명의로 땅을 매입하도록 한다.
대체로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땅은 권리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투자가치가 없는 매물이 대부분이다.
담보가 잡혔있다거나 묘지가 있다거나, 일반적으로는 쉽게 이를 해결할 수 없는 땅이다.
이런 땅을 사서 도로나 배수로를 내는 등, 개발을 조금만 하면 그 가치가 올라가서 더 많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 땅이 매매가 될지 안될지는 그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매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환경은 차치하고 우선 개발부터 한다.
이론적으로 더 높은 대출받기 좋은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땅을 경매로 매입한 이후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대출은 금액이 크기 때문에 은행의 VIP로 따로 모셔져서 그 땅에 대해 감정평가를 받으면 대출이 나온다. 이 시점부터 성공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거래 금액이 기본적으로 억 단위이니 마치 내가 대단한 사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 돈은 새로운 땅을 구입하는데 이용된다. 초기 투자금 1억보다 훨신 많은 금액이니, 이 시점부터 이미 남는 장사가 아닌가?
실장은 현금 1억 원을 투자해서 타인의 명의로 대출받은 돈으로 초기투자금 1억 원을 이미 회수하고 추가적으로 그 배가 넘는 금액을 손에 쥐게된다.
이런 방식으로 땅을 구입하고 또 개발하고 대출을 받는 형식으로 그 빚이 15억이 될 때쯤 이 친구는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런 감당하지 못할 빚과 남아있는 문제를 덮어버리기 위해 사기꾼은 자신이 획득한 돈의 일부를 베푸는 척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그러나 그 돈은 피해자가 대출받은 자신의 돈이다. 그 돈을 베푸는 듯 하며 환심을 사는 것이다.
비싼 호텔에서 식사를 한다거나 골프장에 데리고다니며 피해자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잊어버리고 이 호화로운 생활이 피해자들의 미래인 것처럼 속인다.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하고 벗어나보려 하지만, 본인 명의로 생긴 빚은 20대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피해자들은 다시 본인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자신을 뒤쫓아 오는 것은 대부업체와 빚쟁이들이니, 사기꾼들이 마음을 고쳐먹고 빚을 갚아주지 않는 이상은 벗어날 수 없게된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런 사기꾼들의 특징은 절대 본인의 명의로 일을 벌이지 않으며, 주로 가명을 사용한다.
자신을 돈으로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라던가, 연예인들이 가명을 사용하는 이유라던가 말은 지어내기 나름 아닌가.
이렇게 빚이 15억 원으로 불어나게 되면 20대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 지금까지 이를 믿고 따르던 사기꾼이 마음을 고쳐먹고 해결해주길 원하지만, 사기꾼은 또 다른 땅을 매입하도록 대출을 받으라고 하며, 땅이 팔리면 더 많은 수익을 받아서 빚을 해결해 줄 것처럼 환심을 사며 쓸개까지 짜먹으려 한다.
법이 결국에는 사실을 밝히고 어느정도 이를 해결해 줄 수는 있겠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이미 송사가 시작된 시점에서 돈으로 환산 불가능한 가장 큰 재산인 자신의 인생과 시간을 손해보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 강의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재테크를 해보려 강남의 여러 강의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회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일은 하지 않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초보자들이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은 쉽게 낚여든다.
송사 3년이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지만, 송사는 시작하는 순간부터 집안은 물론 인생이 망하기 시작한다.
웬만한 변호사 착수금은 차 몇 천만 원 단위부터 시작하니, 이미 금전적 피해를 입은, 당장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법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피해자가 입은 마음의 상처, 인간에 대한 불신, 스트레스로 인한 수명 단축, 바닥으로 떨어진 신용도 같은 것들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몇 천만 원을 들여 재판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빚은 여전히 자신의 명의로 남아있다.
단돈 1억 원을 들여 그 열 배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 사기꾼은 교도소에서 공짜밥 먹으면서 몇 년 살다오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니 결국 최후의 승자는 변호사이다.
법을 잘 아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싸움을 피하는 것이다. 애초에 싸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만 남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돈이 무서운 것을 알아야 하고, 법으로 이기는 것보다 법이 무서운 것을 알아야 한다.
감성이 이성보다 앞선다고 한다.
나 또한 상당히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나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
가족의 생계, 성공에 대한 욕망, 부모의 건강 등 모든 경제적 문제가 점철되면 이젠 개인의 욕심이 아닌 생존에 대한 욕구 때문에 이러한 사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그러니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절제하고 대비를 해야한다.
법은 정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도 아니다. 판사는 옳고 그름을 가리고 벌을 주는 학교 선생님이 아니다.
법은 행정적 절차이고 그 절차에 부합한다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