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치관은 저마다 달라서 정확히 구분지어 정의 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신 스스로도 본인의 가치관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그렇다. 아마 죽기 전까지도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를 것 같다.
성매매에 관해서 개인의 가치관이 이를 착함과 나쁨으로 구분지을 것인지, 선과 악으로 구분할 것인지 말한다면 나는 후자였다. 하지만 그런 나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며, 나의 가치관도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도덕적인 옳고 그름을 배제하고, 경제학적 측면에서만 보면 성매매나 독서는 모두 개인의 행복추구를 위한 옳은 행위라고 정의하기도 하고, 국가에 따라 법이 판단하는 바가 달라 개인의 가치관을 내 기준에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조에 대한 나의 가치관 때문에 이런 부류의 여성들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차피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면 대화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쩔수 없는 현실때문에 스스로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인지, 아니면 쾌락을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판매하는 것인지 말이다.
다코타 패닝을 닮은 그녀는 자신은 24살이며 스페인 조상과 혼혈이라고 했다.
필리핀의 뉴타운에서 전화 상담원 일을 하고 있는데 한 달 월급이 1,500페소라고 한다. 이 월급은 아픈 할머니와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해서 친구를 따라 막 시작했다고 하며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안타까운 사정을 설명했다.
모든 필리핀 여성이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러한 일을 하지 않는 많은 필리핀 여성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활하는 것인지 궁금해졌지만 결국 뻔한 결론이 나을 것임이 분명해서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 곳에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이 일을 해야만 한다고 하며, 나에게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으니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하며 금액을 말해줬다. 짧게는 3,000페소, 길게는 4,000페소를 주면 된다고 말하며, 내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다급한 기색으로 연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 여행에서 필리핀, 동남아에서의 성매매 실태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은 이것을 필리핀의 문화이니 받아들이고 즐기라고 했다. 한국은 물론, 성적으로 개방된 미국에서조차 성매매를 범죄행위로 취급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것을 문화로 받아들여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필리핀에서 성매매는 술을 마시는 정도의 가벼운 놀이 문화에 불과하며, 이것이 문란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주 쉽고, 만연하고, 주변에서 권하기도 하며, 자국민들도 당연하게 여기며, 관광 코스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내가 일행에게 아무리 완곡하게 거절을 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말 없이 조용히 나와서 근처에 있던 트라이시클을 타고 집에 왔다. 아마 그들은 본인들과 이 문화에 동참하기를 원했다거나, 아니면 정말로 내가 그 여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나는 것은 현명한 대처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나를 배려하지 않았다고해서 같은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갈등만 유발할 뿐이다.
나는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하여 완곡하게 거절하는 방법에 익숙해서 단호하고 분명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는 사회 생활에 있어서 타인과의 관계유지에는 좋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10여 분 정도를 가자 리조트 정문에 도착했다.
필리핀 운전면허 취득 비용은 6,000페소에서 10,000페소 정도라고 한다.
운전면허는 1, 2, 3, 8, 10 처럼 숫자로 종류가 구분이 되는데, 순서대로 원동기, 승용차, 사업용차량, 대형차량 순으로 비용이 들며, 발급에 두 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별도 교육은 필요하지 않다고 하며, 실기시험만 치르면 발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제복을 입은 경찰이나 경비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 사람들은 총기소지 허가를 가지고 있어 모두 실탄이 장전된 총을 가지고 다니며, 총기 종류에 따라 교육을 받고 업무를 수행하는데, 각자 취향에 따라 권총부터 기관총까지 다양하다.
트라이시클은 보통 100페소 정도면 이용할 수 있는데 마지막 날이라 돈을 쓸 곳이 없기도 했고, 길을 잘 몰라서 한참 돌아다니느라 요금으로 150페소에 팁으로 100페소를 더 줬다.
필리핀에서 친구라는 단어는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 친구라는 의미는 한국과는 달리 고객이나 돈벌이가 되는 존재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도 내가 클럽에서 나와 혼자 집에 가자 소위 '문화'를 즐기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이 정도면 필리핀 현지의 문화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문화에 참여하지 않는 내가 로마법을 따르지 않는 것일까? 내가 고지식한 것인가 아니면 명확한 가치관을 지켜가는 것일까?
마지막 날에는 시간 여유가 많고 아침도 해결할 겸 샵 주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처음 혼자 가 본 해외여행이기도 해서 이번에는 평소의 생활습관에서 조금 벗어나보기로 했다. 가만히 집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써보고 싶어졌다.
이제 가장 기본이 되는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했다.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취득한 것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면서 관심이 없던 다른 분야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