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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으로 돌아왔다면, 미국에서 취득한 조종사 자격증명을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을 해야 한다.

국내 비행학교에서 일정 시간을 교관과 함께 비행하고 평가에 통과해야 한국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이 나온다.

그런데 전환교육 대기자도 많고 기상이 좋지 않을 경우가 많아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 자격을 모두 취득했어도 한국에서 항공법 과목만 필기시험을 합격해야 하는데 시험이 쉬운 편은 아니라서 전환에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미국에서 자격을 취득하고 한국 조종사 자격증명으로 전환했다면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아래는 항공사 입사전형을 치르는 동안 겪은 일이다.

 

ㆍ항공사 입사 스터디

 

모든 일이 다 비슷하겠지만, 혼자 공부해서 살아남기란 어렵다. 그리고 같이 살아남자고 모였다면 같이 살아남을 궁리를 해야 한다.

한국 조종사 커뮤니티는 굉장히 작다. 혼자 살아남겠다고 정보를 숨기고 공유하지 않는 사람은 합격하기 어렵고 결국 주변에도 소문이 다 난다.

지금 만난 인연은 항공사에 입사한 뒤에도 계속 이어지므로 이기적으로 행동하거나 다투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시험은 내가 아는 것, 상대방이 아는 것,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알려주고 같이 성장해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가 조금 더 많이 아니까 먼저 취업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상대방도 당신을 똑같이 대한다. 그리고 결국 둘 다 같이 실패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지식이 풍부하고, 어떤 사람은 ATC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착륙을 잘 한다. 어떤 사람은 면접을 잘 보고 글을 잘 쓴다.

자신이 남들보다 더 나은 부분만 보고 내가 먼저 취업할 것이라는 확신에 이기심을 부린다면, 결과 또한 본인의 책임이다.

 

비행할 때 나의 나쁜 버릇, 부족한 점, 치명적인 실수는 자신은 모르는데 뒤에서 보면 다 보인다. 그런 것들을 서로 피드백을 주면서 교정해야 한다.

비행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가르치기 때문에 완성품이 아니다. 물론 그 기본적인 것도 완벽하게 배우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항공사에서 원하는 사람은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사람이지, 비행학교에서 배운 것만 아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행교육을 끝난 뒤에 공부할 것이 더욱 많으니 미리 예습을 한 뒤에 비행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비행교육 중에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ㆍ학벌의 중요성, 전공 여부

 

흔히 사람들은 전공자가 아니면 조종사가 되는 방법이 없다거나, 공군사관학교를 통해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외 유명한 대학교의 항공운항학과를 졸업하더라도 항공사에 입사할 때에는 비전공자인 지원자들과 똑같은 채용전형을 거쳐 입사하게 된다.

선 선발 제도를 통해 비행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특별채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조종사 자격증명을 취득한 사람들과 함께 채용전형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결국에는 항공사에서 치르게 되는 채용전형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출신보다는 개인의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면 된다.

 

항공사 조종사들을 보면 명문대 출신들은 거의 없다.

대체로 학벌이 좋은 사람들이 실력도 좋은 경우가 많지만, 그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면, 그 차이는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학벌이나 전공의 여부보다는 각자의 실력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보면 되겠다.

 

ㆍ항공사 채용 서류전형, 자기소개서

 

불과 몇 년 전, 지원자가 그렇게 많지 않던 시기에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조건만 충족하면 서류 합격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과포화된 상황에서는 채용 공고에 올라온 기준만으로도 몇 천 건의 서류가 들어오니, 어떻게든 다양한 방법으로 필터링을 한다.

 

최근에는 한국공항공사의 사이테이션 제트레이팅 취득 과정을 거친 사람만 합격시키기도 하고, 어떤 항공사에서는 특정 출신들을 모두 불합격 시키기도 했다.

예전에는 어떤 항공사에서 훈련비 소송을 한 사람이 회전익 항공기 조종사 출신이었는데 한동안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탈락시키기도 했다.

반대로 비행시간이 너무 많은 사람을 불합격 시키기도 하며, 교관 출신들만 합격 시키거나 불합격 시키기도 한다.

서류전형은 통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적당히 작성하는 사람도 있는데, 최종면접에서 이 서류를 토대로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거짓이거나, 부풀리거나, 자신의 생각이 아닌 남들이 보기 좋은 내용만 꾸며서 쓴다면 최종면접에서 자신이 묻은 지뢰를 스스로 밟을 수도 있다.

자기소개서의 내용과 면접할 때의 말이 달라서 탈락한 사례도 있다.

 

반면,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에 비행시간은 300시간으로 채용 공고가 떴는데 비행시간이 부족한데도 지원하는 사람도 극소수이지만 존재한다.

증명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어서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는 다음 채용 서류전형에서 또 탈락하기 쉽다.

대부분은 회사들은 지원자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몇 번 지원했고 왜 탈락했는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글자 하나에도 신중해야 한다.

 

EPTA 5급 이상, 수상용 비행기, 항공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도 많지만 큰 의미가 없다.

결국 필기시험 한 문제를 더 맞추는 것이나 실기시험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이 훨씬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니,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서류전형이라고 생각한다. 최종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이 서류와 함께 처음으로 지원자들을 직접 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기시험 성적, 실기시험 성적, 영어면접 점수도 다 들어가있는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가 포함된 요약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어, 띄어쓰기, 오탈자, 증명사진 등, 면접관이 봤을 때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첫 인상부터 점수를 깎고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ㆍ항공사 채용 필기전형, 필기시험

 

항공사마다 필기전형의 유형도 다르다. 에어서울은 논술형에 영어로 답안을 작성하면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제주항공의 경우에는 현직 항공사 조종사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내용을 출제하기도 하는 등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시험 문제는 해당 항공사의 조종사들이 직접 출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비용항공사의 경우에는 다른 항공사의 필기문제를 차용해서 출제하기도 한다.

여기서 출제되는 문제들은 비행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들도 있지만, 항공사에서만 사용하는 장비나 개념에 관한 문제로 출제되기도 한다.

 

이렇게 항공사 신입 부기장 채용에서 출제하는 필기시험은 비행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들은 예측하기가 힘든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항공사에서 현직으로 일하는 조종사들과 간접적이라고 하더라도 인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주변에 조종사로 취업한 사람들 중에 현직 항공사 조종사들과 어떠한 인맥도 없이 입사한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ㆍ항공사 채용 실기전형, 시뮬레이터

 

 

항공사에서 실시하는 실기전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시험은 기본적인 사항만 평가하기 때문에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데 지원자들이 너무 긴장하는 탓에 이 단계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간혹 발생한다.

비행기를 추락시키거나 활주로가 아닌 도로에 착륙한다던가 상승을 해야 하는데 하강을 하던가 하는 경우이다.

비행학교에서 모두 배웠던 아주 기본적인 것만으로 시험을 보게 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각 항공사마다 평가하는 과목들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은 기본적인 부분만 보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편은 아니다.

보통 수평 비행, 각종 제원 유지, STEEP TURNS, DME ARC, HOLDING, ILS 접근 등의 과목이 있는데, 모두 비행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이다.

각 항공사별로 평가하는 기종도 조금씩 다른데, 가급적이면 해당 항공사에서 운용하는 기종에 맞춰 미리 연습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보통 세스나 C172, 보잉 B737, 보잉 B767, 에어버스 A320 등, 각 항공사에서 사용하는 시뮬레이터를 활용하거나 사설 비행교육원의 장비를 빌리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비행교육이 끝나고 한국에 오자마자 개인용 시뮬레이터를 설치해두고 아침마다 VOR, ILS 접근을 10번씩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비행교육을 다 받고 오더라도 완벽하지 않아 계속 연습하며 문제점을 개선해야 했다.

 

ㆍ항공사 채용 임원면접, 지식심사

 

면접은 일반 회사와 비슷하지만 비행과 관련된 전문지식에 관한 질문이 추가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항공사마다 상이하지만 보통 2번의 면접전형을 한다.

앞서 설명했던 자료들을 계속 공부하면서 준비를 해두면, 면접 중에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확실한 무기 하나가 생기게 된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배웠던 내용들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고, 그 외에 항공사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개념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

 

당시 면접을 볼 때, 지원자들이 7명이 앉아 있었고 맨 끝부터 한 가지 질문에 대해 물어봤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 질문이 있었다.

CDFA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 내용은 현직 조종사라면 당연히 알지만, 갓 교육을 끝낸 지원자들은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할 만한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채용 공고가 날 때 까지 계속 비행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다 이 개념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궁금해서 공부하다보니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은 엄청나게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고 대략적인 개념만 알더라도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그 장소에 있던 아무도 몰랐다는 말이다.

만약 운이 나빠 이 질문을 내가 받지 못했거나 지원자 중 누군가가 먼저 답변을 했다면 아마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ㆍ항공사 채용 경쟁률, 비행시간

 

결론부터 말하면, 경쟁률은 무의미하다.

지금까지 조종사 자격증명을 취득한 사람들이 많으니, 그 적체된 인원들이 모두 입사한 뒤에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한다.

참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50점을 받아도 서울대학교에 입학원서는 넣어볼 수 있다. 경쟁률이 아니라 본인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당장 어제 조종사 자격증명을 취득했더라도 5년 전부터 준비한 사람보다 먼저 취업할 수 있으니 경쟁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된다.

경쟁률을 따질 시간에 주변 사람들보다 1시간이라도 더 공부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도 비행교육을 한참 뒤늦게 받은 사람들이 먼저 비행교육을 받았던 사람들보다 더 빨리 항공사 조종사로 입사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봤다.

 

비행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기성 조종사의 이야기이지 아직 입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반대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최소 비행시간만 충족하면 그 이상은 필요 없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사는 비행시간 300시간으로도 충분하다.

비행시간이 많으면 무조건 좋다고 개인이 비용을 들여 비행시간을 쌓는 경우도 본 적이 있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된다.

항공사마다 간혹 비행교관 출신만 따로 채용하는 전형도 있기는 하지만, 더 쉽게 채용될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난이도는 똑같다.

결국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합격할 확률이 높아지게 되니, 공부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제 국내 신생 항공사를 시작으로 이스타항공도 다시 운항을 재개하고, 신입 부기장 채용도 시작되고 있다.

작년부터 이미 많은 수의 현직 부기장들이 외국 항공사로 이직을 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빈자리가 많이 생길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조종사가 굉장히 부족해서 동양인까지 미국 항공사 부기장으로 채용할 정도이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현실을 잘 모르고 비행을 시작하여 불필요하게 많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준비해서 실패하지 않는 도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글 몇 개만 보고 인생을 결정하지 말고,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조언을 얻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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