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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에 성공적으로 도착해서 비행학교에 짐을 풀었다. 곧 며칠 뒤 비행교육이 시작될 것이다.

공항에서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보면 벌써 조종사가 된 것 같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비행기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사진도 올리면서 자랑도 한다.

그 정도는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 왔다고 온 김에 여행도 다니고 외국인 친구를 사귄다고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

수억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비행교육을 받으러 왔다면, 비행교육을 먼저 끝내고 남는 시간에 친구를 사귀거나 여행을 가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공부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항공사에 입사하기 직전까지도 남는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할 수가 없었다.

만약 비행교육을 받고 있는데 생각보다 여유가 있어서 여행이라도 가볼까 생각이 든다면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ㆍ미국 비행학교 생활

 

공부 방법은 자기 습관에 맞춰서 계획을 세우면 되는데, 개인적으로 매일 새벽 5시에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침에는 기류가 좋아서 비행을 배우기에도 좋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공부할 장소나 장비를 활용하기가 좋았다.

오후 늦게 비행을 하면 비행을 끝난 뒤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해서 시간을 활용하기 애매했다.

 

비행교육은 아래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해당 비행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라 순서가 바뀌거나 동시에 진행되는 곳도 있다.

이제 각 교육과정에 있어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지 설명해보려고 한다.

 

ㆍ자가용 조종사, PRIVATE PILOT LICENSE

 

 

가장 처음으로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명이다. 비행의 기본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비행기가 어떤 원리로 뜨고 내리는지, 비행기의 엔진의 원리와 조작법, 비행계획서 작성, 항공기상 등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배운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교관이 교육하는대로 잘 따라가면 아무 문제 없이 취득할 수 있다.

 

기초적인 단계이지만 그만큼 가장 중요한 내용이기도 하다.

항공사 신입 부기장 채용을 할 때, 여기에서 배운 내용들을 토대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모든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비행을 하기 전까지 이론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완성이 되어 있어야 비행을 할 때 그 원리를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앞서 설명했던 교재들을 한국에서 미리 공부한 뒤에 왔다면 보통 3개월 안에 이 과정을 마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비행은 자동차 운전처럼 몸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 원리를 공부하고, 실습으로 체험을 하고, 조작법을 몸으로 익히는 단계로 나뉜다.

비행일지를 쓰면서 그 날에 부족했던 부분을 다시 복습하고, 다음 날에 부족했던 부분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 책을 통해 배우고 다음 비행에서 몸으로 익혀야 한다.

새벽 5시에 비행하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아침에 비행을 해야 부족한 부분을 오후나 저녁에 공부를 할 시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가야 실력이 올라가는데, 그 날 비행이 끝나면 피곤하다고 쉬면서 시간만 보내다가 또 비행을 가게 되면 실력이 정체된다.

 

 

위의 영상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비행 교육이 진행된다. 처음에는 교관이 모든 것을 가르쳐주지만, 시험을 볼 때는 이 모든 것을 내가 직접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ㆍ계기 한정, INSTRUMENT RATING

 

바깥의 지형지물을 보고 비행하는 것이 시계비행이고, 항법장치를 이용해 바깥을 보지 않고 목적지까지 비행하는 것을 계기비행이라고 한다.

항공사에서는 계기비행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생소하고 겁도 나기 때문에 때문에 이 단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행기를 띄우면 눈을 가리고 계기판만 보고 비행하는데 옆에서 교관이 감독을 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과정은 대략적으로 2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이론적인 부분은 한국에서 미리 공부를 다 하고 왔다면 충분히 가능한 기간이다.

여기까지 배웠으면 비행에 대한 필수적인 것은 모두 배웠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심화단계로 넘어간다고 보면 된다.

 

ㆍ사업용 조종사, COMMERCIAL PILOT LICENSE

 

자가용 조종사와 계기한정을 취득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비행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없다.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을 취득해야 비행기를 이용해 사업을 하거나 항공사에 채용되어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배우는 내용은 앞서 두 개의 자격증명을 취득하는 동안 배웠던 내용들을 복습하고 조금 더 심화된 내용을 배운다.

이 과정은 보통 1개월 정도 걸린다. 자가용 조종사 과정에서 이론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공부를 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어서 큰 부담은 없다.

만약, 육상다발한정을 사업용 조종사 과정과 병행하여 준비하면 2주 정도를 더 단축시킬 수 있다.

 

이제 이 단계부터 본격적으로 항공사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 된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항공사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는 비행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심화된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 때문에 더 빨리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귀국한 다음에는 궁금한 것이 있더라도 물어볼 곳이 없다. 전문가들이 널려 있는 미국에서 배우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항공사에서 나왔던 필기시험 기출문제, 실기시험 시뮬레이터 연습, 항공사에서 사용하는 장비나 규정 등을 공부하면서 취업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ㆍ육상다발한정, MULTI-ENGINE RATING

 

비행기의 엔진이 두 개 이상인 비행기에는 별도의 자격이 필요하다.

항공사에서는 기본적으로 30시간 이상의 멀티엔진 비행기 비행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취득해야 한다.

만약,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을 육상다발 비행기로 취득을 하면 시간과 비용을 더 단축시켜서 더 빨리 과정을 끝낼 수 있다.

이 과정은 보통 2주 정도 걸리는데,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과 병행하여 진행하면 훨씬 더 빨리 모든 과정을 끝낼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크게 중요한 것이 없다. 적당히 취업 준비를 병행하면서 공부를 하면 되고, 항공사에 제출할 필요한 서류를 받아서 귀국 준비를 하면 된다.

 

만약 대기 인원이 많아 시험이 지연되면 혼자 비행을 하면서 미리 비행시간을 쌓아두면 기간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다.

그 외에도 추가적인 자격증명들이 많지만,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항공사 입사에 필요하지도 않고 가산점도 없기 때문에 굳이 추가적인 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다.

 

 

ㆍ비행교관, CERTIFIED FLIGHT INSTRUCTOR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을 취득 후, 곧바로 귀국하여 아시아나항공이나 저비용항공사에 취업하여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 외에 대한항공이나 진에어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을 취득 후에 비행교관 과정을 이어서 진행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도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비행시간은 성적표가 아니다. 비행시간이 많다고 항공사에서 무조건 우대를 해주지는 않는다.

 

항공사에서는 경비행기 조종사가 아니라 제트기 조종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해당 항공사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 수준과 실력을 갖춰야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거의 대부분 항공사 채용에서 탈락하는 경우를 보면, 경비행기 조종사의 지식 수준에서 계속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비행시간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비행시간이 적은 다른 지원자에 비해 지식 수준이 비교적 낮아, 많은 비행시간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항공사에 관계 없이 빨리 항공사 부기장이 되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은 즉시 귀국해서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지식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게 지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그동안 비행학교에서 배웠던 것보다 훨씬 더 양이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비행시간은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했다면 굳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큰 효과는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행교관을 하는 것이 당장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는 있겠지만, 불필요한 자격 취득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되므로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코로나19 시기처럼 모든 항공사에서 채용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경력 유지를 위해 좋겠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비행교관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주변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최소 비행시간만으로 취업했기 때문이다.

 

이 시험들을 준비할 때, 필기시험은 최소한 90점은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 치르는 필기시험에는 GLEIM이라는 책에서 모든 문제와 답이 다 나오는데, 변형된 문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답도 똑같이 나온다.

문제와 답이 다 나와있는 시험에서 90점 이상을 받지 못한다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이후 항공사 입사 필기시험에도 비슷한 점수가 나오게 된다.

 

이렇게 모든 조종사 자격증명을 취득했고, 항공사 입사에 필요한 공부도 어느 정도 끝냈으니 이제 귀국해서 항공사 채용에 지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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